모처럼 장거리 봄나들이에 나선 장애인들이 청주에서 남원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여행의 설렘을 만끽하고 있다. <청주문화방송> 제공
장애인 등 550명, 2박3일 봄나들이
14일 오전 청주역은 모처럼 만에 장애인 여행객으로 붐볐다.
장애인복지시설 청주 보듬의 집 박건태(20·지체장애 1급)씨에서부터 최고령 이광수(87·지체장애4급·청원)씨에 이르기까지 전국에서 온 20~80대 장애인과 보호자 등 550명은 이날 기차 봄나들이를 떠났다.
이날 기차여행은 청원군 장애인총연맹·경기 광명시 장애인협회 등 장애인 단체와 <청주문화방송>·코레일 등이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마련했다.
특별한 여행객을 태운 무궁화호 특별 임시열차는 오전 10시 청주역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기차안에서 점심을 먹은 장애인들은 오후 1시 첫 여행지인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에서 이도령과 성춘향의 사랑을 본토 판소리로 만났다. 대구에서 온 김승자(49·시각장애 1급)씨는 “난생 처음 공연장에서 판소리와 국악을 들었는데 너무 감명 깊었다”고 말했다.
지학길(71·시각장애 1급·대구)씨는 “스무살 때 기차 타고 입대했다가 수류탄 파편에 눈을 다친 뒤 50여년 만에 기차를 탔다”며 “장애를 얻고, 세월은 흘렀지만 덜컹덜컹할 때마다 설레는 가슴은 그대로다”고 말했다.
이들은 2박3일동안 전북 남원 광한루, 지리산, 순천만, 경남 밀양, 경북 김천 직지사 등 영·호남 곳곳의 이름난 관광지를 둘러 볼 참이다. 방송으로만 접하던 지리산·천년고찰 직지사 등의 풍광과 순천만 철새, 가산 오광대탈춤 등을 오감으로 만난다. 저녁 시간마다 펼쳐질 노래·장기 자랑으로 새로운 친구도 사귀게 된다.
김인섭(56·지체장애 1급·청원)씨는 “움직임이 어려운데다 경제난까지 겹쳐 나들이 엄두를 못냈는데 여행이 큰 힘이 될 것 같다”며 “많은 친구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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