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학대 성남 ‘솔잎원’ 경찰급습 현장
경기 성남시 단대동 3층짜리 건물. 어디에도 이곳이 장애인 10명이 사는 보호시설이라는 표시는 없다. 대신 굳게 잠긴 2개의 문이 있다.
3층에서 옥상으로 가는 어귀의 새시문은 외부인을 가로막는 문이고, 다른 하나는 옥탑방의 장애인들을 가둬놓는 문이다. 새시문 앞 신발 속의 열쇠로 문을 열고 비좁은 난간을 따라 옥상으로 오르자 옥탑방이 나왔다. 옥탑방의 육중한 철제문은 아이들을 바깥세상과 차단한 채 밖에서 잠겨 있었다.
이 옥탑방은 ‘솔잎원’이란 이름의 미신고 장애인 보호시설이다. 8살부터 25살까지 10명의 장애인들이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곳이다. 〈한겨레〉 취재진은 16일 오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단체 활동가, 경찰, 시청 직원 등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두 겹의 쇠창살이 쳐진 창문 너머로 아이들이 인기척을 듣고 금세 몰려들었다. 이들은 카메라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아우성쳤다. 경찰이 문을 열자 배설물과 땀이 뒤섞인 역한 냄새가 콧속으로 확 밀려왔다. 양계장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했다. 10평 안팎의 옥탑방에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 8명과 의사표현을 할 줄 아는 장애인 2명이 뒤엉켜 있었다. 6명이 만 15살 미만이지만,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없다. 이들이 모여 있는 안방 창문도 이중의 쇠창살이 쳐졌다. 더구나 닫힌 채 철사로 고정돼 있어 환기를 할 수 없었다. 벽에는 신문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손으로 할퀴어 뜯어낸 탓에 성한 데가 없다. 보호자 없이 텅 빈 방에 방치된 아이들이 갖고 놀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이들의 몸은 상처투성이다. 한 아이는 인권단체 활동가 품에 안기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의사표현이 또렷한 민석이(10·가명)는 “진수(가명)가 물장난을 쳤다고 원장 선생님이 몽둥이로 진수를 때렸다”고 말했다. 민석이가 가리킨 건 빨랫방망이였다. 이곳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던 한 자원봉사자는 “우리가 보는 앞에서 원장이 한 아이 머리를 셀 수 없이 때렸다. 한번은 원장이 작은방으로 아이를 데려간 뒤 ‘퍽 퍽’ 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이 자원봉사자는 원장이 없어 두 번 정도 문을 직접 따고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고도 했다. 주진관 성남아동학대예방센터 상담팀장은 “보호자 없이 장애 아동들이 방치돼 있는 상황만으로도 화재 등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아동 학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30분쯤 지나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이 시설의 원장 최아무개(50)씨는 “3층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며 “평소에 외출하면 다른 사람이 대신 봐준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때리거나 학대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2003년 12월에 이 시설을 만들었다는 그는 벽에 붙은 신문은 아이들이 할퀼 수 있도록 자극 치료를 위한 것이고, 창문의 쇠창살은 아이들이 유리를 깨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두드리면 음악 치료도 된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성남시 야탑동에도 같은 시설이 있다며 그곳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을 전철로 태우고 야탑동으로 이동하면서 사회적응 훈련을 시킨다고 주장했다. 3층 건물 옥탑방 8~25살 10명 가둬
집안에 악취 가득 마치 양계장 냄새
쇠창살문은 철사로 꽁꽁…벽엔 신문 덕지덕지
아이들 몸은 상처 투성이
그러나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일요일마다 승합차가 와서 교회로 데려갈 때를 빼고 아이들이 외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보여준 야탑동 시설은 ‘언어치료교육원’이란 이름을 내건 50평짜리 아파트였다. 아늑한 놀이방처럼 꾸민 이곳에는 4명의 장애 아동과 함께 특수교육사도 있었다. 최씨는 장애 아동들이 유리창을 깨는 등 보호하기 힘들어 중증 장애아동들만 옥탑방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휴일마다 다닌다는 교회의 한 관계자는 “교인 4명이 아이들을 이곳에 맡기면서 매달 40만~100만원을 준다”며 “원장은 부모들이 시설에 오지 못하도록 극구 말렸는데, 옥탑방에서 지냈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10명의 ‘옥탑방 천사’들은 2시간 만에 인근의 정식 사회복지시설로 옮겨졌다. 성남중부경찰서는 이날 사건을 접수해 아동 학대 혐의로 최씨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성남/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이 옥탑방은 ‘솔잎원’이란 이름의 미신고 장애인 보호시설이다. 8살부터 25살까지 10명의 장애인들이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곳이다. 〈한겨레〉 취재진은 16일 오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단체 활동가, 경찰, 시청 직원 등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두 겹의 쇠창살이 쳐진 창문 너머로 아이들이 인기척을 듣고 금세 몰려들었다. 이들은 카메라를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안녕하세요! 사진 찍어주세요!”라고 아우성쳤다. 경찰이 문을 열자 배설물과 땀이 뒤섞인 역한 냄새가 콧속으로 확 밀려왔다. 양계장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했다. 10평 안팎의 옥탑방에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 8명과 의사표현을 할 줄 아는 장애인 2명이 뒤엉켜 있었다. 6명이 만 15살 미만이지만,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없다. 이들이 모여 있는 안방 창문도 이중의 쇠창살이 쳐졌다. 더구나 닫힌 채 철사로 고정돼 있어 환기를 할 수 없었다. 벽에는 신문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손으로 할퀴어 뜯어낸 탓에 성한 데가 없다. 보호자 없이 텅 빈 방에 방치된 아이들이 갖고 놀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이들의 몸은 상처투성이다. 한 아이는 인권단체 활동가 품에 안기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 의사표현이 또렷한 민석이(10·가명)는 “진수(가명)가 물장난을 쳤다고 원장 선생님이 몽둥이로 진수를 때렸다”고 말했다. 민석이가 가리킨 건 빨랫방망이였다. 이곳에 봉사활동을 하러 갔던 한 자원봉사자는 “우리가 보는 앞에서 원장이 한 아이 머리를 셀 수 없이 때렸다. 한번은 원장이 작은방으로 아이를 데려간 뒤 ‘퍽 퍽’ 하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이 자원봉사자는 원장이 없어 두 번 정도 문을 직접 따고 아이들을 만난 적이 있다고도 했다. 주진관 성남아동학대예방센터 상담팀장은 “보호자 없이 장애 아동들이 방치돼 있는 상황만으로도 화재 등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아동 학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30분쯤 지나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이 시설의 원장 최아무개(50)씨는 “3층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다”며 “평소에 외출하면 다른 사람이 대신 봐준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을 때리거나 학대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2003년 12월에 이 시설을 만들었다는 그는 벽에 붙은 신문은 아이들이 할퀼 수 있도록 자극 치료를 위한 것이고, 창문의 쇠창살은 아이들이 유리를 깨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며 두드리면 음악 치료도 된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성남시 야탑동에도 같은 시설이 있다며 그곳에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들을 전철로 태우고 야탑동으로 이동하면서 사회적응 훈련을 시킨다고 주장했다. 3층 건물 옥탑방 8~25살 10명 가둬
집안에 악취 가득 마치 양계장 냄새
쇠창살문은 철사로 꽁꽁…벽엔 신문 덕지덕지
아이들 몸은 상처 투성이
그러나 인근에 사는 한 주민은 “일요일마다 승합차가 와서 교회로 데려갈 때를 빼고 아이들이 외출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씨가 보여준 야탑동 시설은 ‘언어치료교육원’이란 이름을 내건 50평짜리 아파트였다. 아늑한 놀이방처럼 꾸민 이곳에는 4명의 장애 아동과 함께 특수교육사도 있었다. 최씨는 장애 아동들이 유리창을 깨는 등 보호하기 힘들어 중증 장애아동들만 옥탑방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이 휴일마다 다닌다는 교회의 한 관계자는 “교인 4명이 아이들을 이곳에 맡기면서 매달 40만~100만원을 준다”며 “원장은 부모들이 시설에 오지 못하도록 극구 말렸는데, 옥탑방에서 지냈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10명의 ‘옥탑방 천사’들은 2시간 만에 인근의 정식 사회복지시설로 옮겨졌다. 성남중부경찰서는 이날 사건을 접수해 아동 학대 혐의로 최씨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성남/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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