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만지는 글, 아름다운 기억>
맹학교 학생들이 모여서 ‘집단 벽화’를 만들었다. 점자 벽화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서울 종로구 신교동 서울맹학교 전교생 173명이 각자의 소원을 새긴 길이 14m 크기의 양각 점자 벽화를 설치했다고 서울시가 13일 밝혔다. 이 작품을 위해서 학생들은 저마다 이름과 핸드 프린팅을 가로·세로 21X21cm 크기의 도자판에 새기고, 같은 크기의 다른 도자판에는 한글과 점자로 각자의 소망을 새겨넣었다. 설치미술가 배영환씨가 3개월 동안 장애 학생들과 일일이 석고를 뜨는 작업을 함께했다. 벽화의 제목은 <점자-만지는 글, 아름다운 기억>(사진)이다.
학생들이 새긴 점자의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유치원 1반 김지영 학생은 “해맑은 미소로 행복을 주는 그런 아이가 되고 싶어요”라고 새겼고, 초등학교 2학년 서예원 학생은 “눈을 뜨게 된다면 사랑하는 친구들을 보고 싶어요”라고 소망을 썼다. 중학교 2학년 조원석 학생은 “냉정한 세상을 원망하는 것은 약자이니 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라”고 했고, 중학교 3학년 김인의 학생은 “눈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는 소중한 나의 손”이라고 점자를 남겼다. 고등학교 3학년 서주영 학생은 “세상 사람들이 눈으로 길을 볼 때, 난 마음으로 세상을 본다”고 새겼다.
이번 사업은 서울시가 거리를 미술관으로 꾸미는 ‘도시갤러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으며 시 예산 1억원이 지원됐다. 배영환 작가는 “학교 담이 학생들과 지역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쓰이길 하는 바람으로 작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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