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역 사고 일지
출입문에 휠체어 끼여 끌려가
‘후송’ ‘녹화영상 삭제’ 거짓말
“근본 원인은 구조조정” 비판
‘후송’ ‘녹화영상 삭제’ 거짓말
“근본 원인은 구조조정” 비판
코레일이 장애인 열차 사고를 무마하려 거짓 해명을 되풀이하다 사고 한달여 만에 뒤늦게 공식 사과했다.
지난 1월29일 정오께 뇌병변 1급 장애인 이아무개(24)씨는 도시철도 1호선 경기 의정부시 가능역에서 전동차 출입문에 휠체어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이씨는 전동차에 타려는 순간 출입문이 닫히는 바람에 휠체어와 함께 문에 끼인 채 5m 남짓 끌려가다 안전벽에 부닥쳐 튕겨져 나와, 허리와 다리 등에 전치 4주의 부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는 열차 승무원이 이씨를 보지 못하고 문을 닫아 사고가 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를 당한 이씨는 휴대전화로 연락을 받고 온 가족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가능역 쪽은 이씨의 가족이 역무실을 찾아 항의를 한 뒤에야 사고 사실을 알았다.
더욱이 코레일 쪽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사후 처리 과정에 대해 거짓 해명을 되풀이했다. 사고 발생 초기 이씨 가족과 장애인단체가 ‘사고 당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녹화영상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가능역 쪽은 “상부 보고 뒤 영상을 삭제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또 지난달 11일에는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했고, 피해자 가족에게 치료비와 위로금을 전달했다”는 거짓 설명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피해자와 장애인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자, 코레일은 한달여 만에 거짓 해명을 시인하고 공식 사과했다. 코레일은 지난달 27일 “사고 당시 ‘피해자 병원 이송’ 및 ‘폐쇄회로 녹화영상 삭제’, ‘치료비·위로금 전달’ 등에 관한 설명은 모두 잘못됐다”며 “피해자와 가족, 장애인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공식 사과문을 냈다. 김영진 코레일 홍보팀장은 “가족 등의 요청을 받아들여 장애인단체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영상 공개 및 보상 문제 등을 함께 처리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상한 이씨는 “무엇보다 사고를 승무원 개인의 실수로 몰아가면서 서둘러 덮으려는 태도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형숙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승객 안전을 도외시한 무분별한 역무자동화와 구조조정”이라고 지적했다. 사고가 난 가능역의 경우, 하루 이용객이 1만5천~2만여명에 이르지만 상주 직원은 4명에 지나지 않으며, 역장은 주변 역 11곳을 함께 관리한다. 최현준 이경미 기자 haojune@hani.co.kr
부상한 이씨는 “무엇보다 사고를 승무원 개인의 실수로 몰아가면서 서둘러 덮으려는 태도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형숙 의정부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승객 안전을 도외시한 무분별한 역무자동화와 구조조정”이라고 지적했다. 사고가 난 가능역의 경우, 하루 이용객이 1만5천~2만여명에 이르지만 상주 직원은 4명에 지나지 않으며, 역장은 주변 역 11곳을 함께 관리한다. 최현준 이경미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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