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석(37·왼쪽) 김성은(30·오른쪽·시각장애1급)
철도원 남편·시각장애 아내 “편견 없어졌으면”
“이 세상에서 장애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의 장애가 힘든 것이 아니라, 장애를 그 이상으로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더욱 힘들다고 말합니다.”
시각장애인 아내를 둔 비장애인 차상석(37·왼쪽)씨의 새해 소망이다. 전북 익산역에서 근무하는 차씨는 아내 김성은(30·오른쪽·시각장애1급)씨와 7년간 열애 끝에 2007년 9월 결혼해 지금도 신혼처럼 알콩달콩 살고 있다.
주변의 극렬한 반대를 사랑의 힘으로 극복한 이들은 2000년 2월, 인터넷에서 우연히 알게 됐다. 서로 마음을 조금씩 열면서 아내 김씨가 자신의 장애를 차씨에게 고백했다. 하지만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확인하고 하나로 합치기로 약속했다.
아내 김씨는 원래 장애인이 아니었다. 김씨는 6~7살 때 결막염을 앓았는데 증상이 녹내장으로 커졌고 결국 고교를 졸업할 때는 아예 시력을 잃는 불운을 맞았다. 김씨는 ‘중도 실명’이라는 역경에서도 전북 익산의 맹아학교에서 사회 과목 등을 가르치고 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느낀 경험담을 자신과 똑같은 처지의 후배들과 나누고 있다.
남편 차씨는 “장애인 아내를 뒀기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걱정에 대해 “부부는 일심동체로 둘이 아닌 하나”라고 말했다. 차씨는 “늘어진 나무, 공중에 뜬 돌출 부분처럼 맹인용 지팡이로는 위험요소를 인식할 수 없는 것들이 생활 주변에 너무 많다”며 “특히 여름에 복도식 아파트에서 문을 열어 놓으면 부딪히는 사례가 잦다”고 안타까워했다.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우리는 늘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살아갈 것입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