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권인 장애인 인권온도계 / ‘사회복지시설 비리척결과 탈시설 권리쟁취를 위한 공동투쟁단’ 회원들이 22일 오후 서울 태평로 시청앞 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계 옆에 영하로 떨어진 ‘장애인 인권온도계’를 설치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장애인차별금지법 발효 9개월
은행 텔레뱅킹 한도확대 등
조사도중 해결 사건이 30%
“적극 진정해야 불합리 바꿔” 시각장애인 ㄱ씨는 은행에 인터넷 뱅킹을 신청하면서 점자로 된 보안카드를 요구했다. 은행은 “시각장애인은 인터넷뱅킹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발급을 거절했다. ㄱ씨는 텔레뱅킹을 이용하면 1회 이체 한도가 작아서 불편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시정 진정을 내자, 은행은 시각장애인에게는 이체 한도를 2억5천만원까지 늘리고 타행 이체 수수료도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올해 4월 시행되면서, 장애인들이 차별로 얼룩진 세상을 차츰 바꿔가고 있다. 장애인 차별금지 추진연대는 2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 차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결과 분석 토론회’를 열어 “올해 인권위에 접수돼 종결된 진정 287건 가운데 35%인 100건에서 차별시정 권고, 합의, 조사 중 해결 등으로 변화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조사·심의해 차별시정을 권고한 ‘인용’ 결정은 5건, 두 당사자가 ‘합의’한 것은 10건으로 전체 종결 사건의 5%에 그쳤다. 그러나 ㄱ씨 사건처럼, 진정을 접수하면 당사자가 시정하겠다는 뜻을 밝혀 ‘조사 중 해결’로 종결된 사건은 85건으로 30%에 이르렀다. 시각장애인 오은정씨는 장애인정책 집행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복지부가 발급하는 복지카드에도 점자 표기가 없어, 시각장애인에게 혼란을 준다고 호소했다. 이에 복지부는 일단 점자 표지를 붙이기로 하고, 내년에 복지카드 도안을 바꿀 때 이런 문제점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후천적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원 임용시험 음성 텍스트 지원 △각종 보험상품에 대한 장애인 가입 거절의 시정 △장애인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으려 한 보건소 직원들에 대한 재발 방지 교육 등, 각종 편의 지원과 인식 개선도 꽤 이뤄졌다고 토론자들은 평가했다. 박옥순 장애인 차별금지 추진연대 정책국장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생겼다고 해서 당장 행정·재정·정책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장애인 차별을 개별적으로 구제하는 법이기 때문에, 장애인이 스스로 진정을 제기하고 차별투성이인 현실을 바꾸려 나설 때 법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에 제기된 장애 차별시정 진정은 지난해 246건에서 올해 530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전체 차별시정 진정 735건 가운데 72%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조사도중 해결 사건이 30%
“적극 진정해야 불합리 바꿔” 시각장애인 ㄱ씨는 은행에 인터넷 뱅킹을 신청하면서 점자로 된 보안카드를 요구했다. 은행은 “시각장애인은 인터넷뱅킹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발급을 거절했다. ㄱ씨는 텔레뱅킹을 이용하면 1회 이체 한도가 작아서 불편을 겪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시정 진정을 내자, 은행은 시각장애인에게는 이체 한도를 2억5천만원까지 늘리고 타행 이체 수수료도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올해 4월 시행되면서, 장애인들이 차별로 얼룩진 세상을 차츰 바꿔가고 있다. 장애인 차별금지 추진연대는 22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 차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결과 분석 토론회’를 열어 “올해 인권위에 접수돼 종결된 진정 287건 가운데 35%인 100건에서 차별시정 권고, 합의, 조사 중 해결 등으로 변화를 끌어냈다”고 밝혔다. 인권위가 조사·심의해 차별시정을 권고한 ‘인용’ 결정은 5건, 두 당사자가 ‘합의’한 것은 10건으로 전체 종결 사건의 5%에 그쳤다. 그러나 ㄱ씨 사건처럼, 진정을 접수하면 당사자가 시정하겠다는 뜻을 밝혀 ‘조사 중 해결’로 종결된 사건은 85건으로 30%에 이르렀다. 시각장애인 오은정씨는 장애인정책 집행 부처인 보건복지가족부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복지부가 발급하는 복지카드에도 점자 표기가 없어, 시각장애인에게 혼란을 준다고 호소했다. 이에 복지부는 일단 점자 표지를 붙이기로 하고, 내년에 복지카드 도안을 바꿀 때 이런 문제점을 적극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후천적 시각장애인을 위한 교원 임용시험 음성 텍스트 지원 △각종 보험상품에 대한 장애인 가입 거절의 시정 △장애인과 의사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으려 한 보건소 직원들에 대한 재발 방지 교육 등, 각종 편의 지원과 인식 개선도 꽤 이뤄졌다고 토론자들은 평가했다. 박옥순 장애인 차별금지 추진연대 정책국장은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생겼다고 해서 당장 행정·재정·정책적으로 바뀌는 것은 없는 게 현실”이라며 “장애인 차별을 개별적으로 구제하는 법이기 때문에, 장애인이 스스로 진정을 제기하고 차별투성이인 현실을 바꾸려 나설 때 법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인권위에 제기된 장애 차별시정 진정은 지난해 246건에서 올해 530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전체 차별시정 진정 735건 가운데 72%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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