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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30년동안 시각장애자 봉사활동 차금자씨

등록 2005-05-05 18:47수정 2005-05-05 18:47

“남편도 아이도 앞을 못보니 장애인 처지가 다 보였어요”

“봉사라뇨? 그냥 제 남편에게 하는 대로 주변 사람들을 대한 것인데요.”

시각장애인인 남편과 아이 셋을 키우면서 30년 동안 시각장애인 봉사활동을 해 온 차금자(56·성북구 동선동)씨는 ‘봉사활동’이라는 말에 손을 내저었다.

첫 남편과 사별하고 지난 75년 시각장애인인 지금의 남편 이도병(63)씨와 재혼한 뒤 차씨는 남편의 눈이 돼 줘야 했다. 바로 앞에 있는 수저를 찾지 못해 밥을 먹지 못하는 1급 시각장애인 남편은 차씨가 없으면 문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남편을 닮아 아이들도 모두 눈이 좋지 않아 공부도, 뛰어놀기도 잘 못하는 것이 늘 안타까웠다는 그는 그 때부터 주변의 시각장애인들에게 눈을 돌리게 됐다.

그렇게 30년 동안 차금자씨는 남편을 돌보듯 시각장애인들의 눈과 손과 발이 돼 줬다. 시각장애인협회에서 행사라도 하면 집안일을 제처 두고 달려 나갔다는 차씨는 “남편과 아이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해야 할 ‘나의 일’일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5일 어린이날도 그는 정오가 다 되어서야 약속에 늦었는지 부랴부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아이들이나 손자손녀들과 가까운 곳에 나들이를 하려 해도 마땅한 이동수단이 없어 망설이는 복지관 사람들을 차로 데려다 주느라 오전 시간을 모두 보낸 것이다.

“제가 이래요. 시간 약속시간을 못 맞춰요. 큰 아들 집에 가기로 했는데….”

큰 아들은 대구대에서 특수교육학 박사코스를 밟고 있는 맹학교 교사이며 역시 시각장애 1급의 장애인이다. “어머니처럼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겠다”며 특수교육을 전공한 것이다. 둘째 딸도 단국대를 졸업하고 복지지설 중중 장애인 재활교사로 활동 중이다.


“아이들이 제대로 잘 자라준 것, 그리고 장애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세상에 고마워 할 줄 알고 봉사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 가장 뿌듯해요.”

차씨는 30년 동안의 봉사활동과 장애인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낸 공을 인정받아 제33회 어버이날 국민포장(장한 어버이상)을 받게 됐다. 하지만 그는 수상식장에 나서는 것조차 부끄러워 망설여진단다.

“내가 한 일이 뭐가 있어 그리 큰 상을 받아요? 내 남편, 내 자식 같은 사람들에게 할 도리 하고 사는 것인데.”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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