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눔가게’의 운영진들이 잠시 멈추고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슬이, 최현미, 박지은, 이은숙, 김지선, 윤종현, 김중휘씨.
‘행복한 커피가게’서 만난 지적장애인 7명
지난해 3월 개업한 자립프로그램 카페
3분의1 값이지만 맛은 ‘바리스타 커피’
“월급 모아 시집갈래요” 행복꿈 영글어 “조금 부족한 것 같아.” 커피원두를 기계에 갈던 이슬이(21·지적장애 3급)씨가 커피에 들어갈 우유를 준비하던 최현미(21·지적장애3급)씨에게 예기했다. “5밀리리터만 더 부으면 되겠지?” 최씨가 조심스레 우유를 따르며 말했다. 잠시 뒤 우유잔을 넘겨받은 이씨가 우유거품으로 커피 위에 모양을 내고 계피가루를 뿌렸다. 지난 26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가락종합사회복지관 2층에 위치한 ‘행복한 나눔가게’에서는 주문받은 카푸치노를 만드는 손길로 분주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나눔가게는, 가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 미취업 성인장애인들을 위한 자립프로그램으로 카페를 만들고 7명의 지적장애인들에게 운영을 맡긴 곳이다. 처음에는 우유, 주스, 녹차 등 특별한 기술 없이도 만들 수 있는 것들을 팔았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이씨와 최씨가 한국커피교육원 강사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받게 되면서 메뉴판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스티, 아이스커피, 카푸치노, 카라멜마키아토 등의 메뉴가 추가됐다. 가격은 시중의 3분의 1도 안 되는 500원에서 2000원 사이로 정했다. 주변 제과점에서 기증받은 빵과 주민에게 기증받은 책과 옷도 들여놓았다. 주민 박선애(40)씨는 단골 손님이다. 그는 “저렴한 값에 제과점 빵을 살 수 있고,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매주 2번씩은 꼭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행복한 나눔가게’의 한 달 평균 수입은 100만원 정도다. 복지관은 그 돈을 운영자인 장애인들에게 모두 돌려준다. 물론 수익금이 적어 한 사람당 15만원이 채 안 돌아간다. 하지만 값진 돈이다. 이들은 이 돈으로 부모님 속옷도 사고, 용돈도 챙겨 드린다. 또 저축을 하며 꿈을 키우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교회 동료와 연인이 된 최씨는 “월급을 모아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고, 엄마가 빨리 되고 싶다는 이씨는 “돈을 모아 얼굴에 있는 점을 빼고 싶다”고 했다. 윤종현(21·지적장애2급)씨는 “치과 치료를 받는 데 쓰고 싶다”고 했고, 김중휘(32·지적·시각장애1급)씨는 “사장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을 빼고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이곳에서 일을 한다. 손님이 많지 않을 때는 체육활동을 하기도 하고, 컴퓨터 교육을 받기도 한다. 매달 두번씩 쓸 수 있는 월차를 6개월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은 김지선(19·지적3급)씨는 “집에 있는 것보다 여기에 나오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그들은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었다. 커피를 만들다 뜨거운 물에 손을 데기도 하고, 간혹 거스름돈을 더 많이 내 주는 실수도 하지만 항상 웃음으로 손님을 맞으며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슬이씨에게 조용히 물었다. “일하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해요?” “제가 만든 커피를 손님들이 맛있게 마실 때요.” 커피잔을 받아든 그가 밝게 웃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사진 송파구청 제공
3분의1 값이지만 맛은 ‘바리스타 커피’
“월급 모아 시집갈래요” 행복꿈 영글어 “조금 부족한 것 같아.” 커피원두를 기계에 갈던 이슬이(21·지적장애 3급)씨가 커피에 들어갈 우유를 준비하던 최현미(21·지적장애3급)씨에게 예기했다. “5밀리리터만 더 부으면 되겠지?” 최씨가 조심스레 우유를 따르며 말했다. 잠시 뒤 우유잔을 넘겨받은 이씨가 우유거품으로 커피 위에 모양을 내고 계피가루를 뿌렸다. 지난 26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가락종합사회복지관 2층에 위치한 ‘행복한 나눔가게’에서는 주문받은 카푸치노를 만드는 손길로 분주했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나눔가게는, 가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 미취업 성인장애인들을 위한 자립프로그램으로 카페를 만들고 7명의 지적장애인들에게 운영을 맡긴 곳이다. 처음에는 우유, 주스, 녹차 등 특별한 기술 없이도 만들 수 있는 것들을 팔았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이씨와 최씨가 한국커피교육원 강사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받게 되면서 메뉴판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스티, 아이스커피, 카푸치노, 카라멜마키아토 등의 메뉴가 추가됐다. 가격은 시중의 3분의 1도 안 되는 500원에서 2000원 사이로 정했다. 주변 제과점에서 기증받은 빵과 주민에게 기증받은 책과 옷도 들여놓았다. 주민 박선애(40)씨는 단골 손님이다. 그는 “저렴한 값에 제과점 빵을 살 수 있고, 즐겁게 일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매주 2번씩은 꼭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행복한 나눔가게’의 한 달 평균 수입은 100만원 정도다. 복지관은 그 돈을 운영자인 장애인들에게 모두 돌려준다. 물론 수익금이 적어 한 사람당 15만원이 채 안 돌아간다. 하지만 값진 돈이다. 이들은 이 돈으로 부모님 속옷도 사고, 용돈도 챙겨 드린다. 또 저축을 하며 꿈을 키우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교회 동료와 연인이 된 최씨는 “월급을 모아 결혼을 하고 싶다”고 했고, 엄마가 빨리 되고 싶다는 이씨는 “돈을 모아 얼굴에 있는 점을 빼고 싶다”고 했다. 윤종현(21·지적장애2급)씨는 “치과 치료를 받는 데 쓰고 싶다”고 했고, 김중휘(32·지적·시각장애1급)씨는 “사장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을 빼고 매일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이곳에서 일을 한다. 손님이 많지 않을 때는 체육활동을 하기도 하고, 컴퓨터 교육을 받기도 한다. 매달 두번씩 쓸 수 있는 월차를 6개월 동안 한 번도 쓰지 않은 김지선(19·지적3급)씨는 “집에 있는 것보다 여기에 나오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그들은 정말 즐겁게 일하고 있었다. 커피를 만들다 뜨거운 물에 손을 데기도 하고, 간혹 거스름돈을 더 많이 내 주는 실수도 하지만 항상 웃음으로 손님을 맞으며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이슬이씨에게 조용히 물었다. “일하면서 언제가 가장 행복해요?” “제가 만든 커피를 손님들이 맛있게 마실 때요.” 커피잔을 받아든 그가 밝게 웃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사진 송파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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