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서울 잠실철교 위에서 농성을 벌인 시각장애인 안마사 28명 중 한 명이 경찰의 검거 작전이 시작되자 강물로 뛰어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피부관리는 결국 안마와 겹쳐”
“복지부가 사실상 방조” 주장
지난 18일 서울 잠실철교에서 대한안마사협회 소속 시각장애 안마사 28명이 철교 옆 1차로를 점거한 채 5시간 남짓 농성을 벌이다 차량에 시너를 뿌린 뒤 불을 붙이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 가운데 박종성(35)씨 등 2명은 한강으로 뛰어내려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가운데 2명을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21일 구속하고 2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의 시위는 오는 10월 처음 도입되는 피부미용사 자격증 시험 때문이다. 전국 7만여명이 응시하는 이 시험에서는 얼굴관리·특수관리 등 실기시험이 치러진다. 시각장애인들은 “얼굴 등에 한정되지 않는 피부관리는 결국 안마와 겹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규성 대한안마사협회 사무총장은 “보건복지가족부에서는 외모의 범위가 시대·계절·장소에 따라 다르다며 안마업과 중복되는 것을 사실상 방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에서는 지난 4일 실기시험 과목 가운데 ‘한국형 피부관리’를 삭제하는 등 수정을 했으나 시각장애 안마사들은 이것으로 충분치 않다고 본다.
이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조수경 피부미용사협회 회장은 “30년 전부터 시장을 유지해 오던 피부미용이 제도권에 들어오겠다는 것이지 새로 산업이 생기는 게 아니다”라며 “물에 뛰어든다고 정책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부미용사협회 회원들도 다음달 6일 복지부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이다.
‘안마사 자격 독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결정이 임박한 것도 시각장애 안마사들을 거리로 몰고 있다. 비시각장애인 안마사인 박윤수 한국수기마사지사협회 회장은 “함께 시장을 키워 발전시키자는 것이지 빼앗으려는 게 아니다”라며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내리리라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6년 이후 한강에 뛰어든 16번째 시각장애 안마사다. 2006년 헌재에서 안마사 자격 독점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났을 때 시각장애 안마사 2명이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한 바 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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