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송희(41·사진)
부산 김송희씨, 입학 거부한 학교·교육청 맞서 반년 싸움
“법에 따라 정당하게 원하는 학교를 갈 수 있음에도 지금까지 장애아 학부모들이 권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장애아교육에 너무나 무지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선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주부 김송희(41·사진)씨는 교육청과 학교 등을 상대로 6개월간의 끈질긴 투쟁 끝에 발달장애아(자폐아)인 아들 곽성민(12)군이 다음 학기부터 일반학교 특수학급이 아니라 예술중학교에 다닐 수 있는 배치 결정을 받아냈다.
김씨는 아들 곽군이 공간 지각력이 뛰어나 그림 그리기에 남다른 자질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따라 지난해 11월 부산 예술중학교에 지원했으나 거절당했다. 한때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학교 쪽은 “입학을 시켜줘도 적응을 하지 못하니 실기시험을 치면 우리가 난처해진다”며 원서조차 받아주지 않았다. 그는 다른 예술중학교에 원서를 냈으나 역시 “장애인이 어떻게 우리 학교에 다니느냐. 실기시험을 치러 오지 마라”는 얘기를 들었다. 하지만 억지로 시험을 쳐 합격하자 이번에는 이른바 ‘영재교육을 시킨다’며 그림 교육은 뒷전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청와대, 부산시교육청 등에 민원을 냈으나 관할 부산 동래교육청를 통해 “시설과 인적 자원이 없어 입학시키기에 무리라는 것이 학교장의 의견이다. 특성화학교인 부산 예중의 학생 선발에 교육청이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회신해왔다. 그가 다시 재배치를 요구하자 동래교육청은 곽군을 일반학교인 금양중 특수학급에 전학시키고 뒤늦게 특수교육운영위원회를 열어 ‘금양중에 학적을 두고 부산 예중에 등교하는 적응 기간을 주고 최종 배치 여부는 추후 재심사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김씨가 “아이가 받을 상처는 생각하지도 않는 또다른 폭력”이라고 반발하자 교육청은 애초 지정한 적응기간(7월 1~18일)이 끝나기 전인 지난 10일 전격적으로 부산예중 배치를 통보해왔다.
“우리 아이처럼 경증인 학생들에게는 최대한 기회를 줘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장애아들에게도 희망이 생깁니다. 예술중 배치 결정은 싸움의 시작일 뿐입니다.” 김씨의 의지는 단호하다.
부산/이수윤 기자 s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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