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논란
출판·영상물 접근편의 ‘의무→임의규정’ 개정 추진
방송 편의제공도 시행1년 늦춰…장애인들 큰반발
방송 편의제공도 시행1년 늦춰…장애인들 큰반발
오는 19일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 시행 100일을 앞두고 보건복지가족부가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의무 조항을 임의 조항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을 담아, ‘100일 만의 후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장애인들과 관련 단체들은 “차별 금지 의무를 임의 규정으로 바꾸고 시행 시기에 유보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법을 사문화하려는 시도를 하려 한다”고 반발한다.
■ “장차법 벌써 후퇴” 장애인차별금지 추진연대는 복지부의 법 개정 입법예고 시한이 21일로 다가오자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들과 전문가들이 모인 간담회를 열었다. 이들은 “장애인에게 출판·인쇄물 접근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할 수 있다’로 바꾸는 등 복지부의 입법예고안이 장차법을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현행 법은 장애인이 방송이나 비디오물, 인쇄물에 쉽게 접근하도록 수화 통역, 화면 해설 등을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의무를 이행할 주체로 ‘방송사업자 등’이라고만 해, 출판물 사업자나 비디오물 사업자도 명시하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복지부는 입법예고안에 이들 사업자를 넣는 대신 의무 규정을 임의 규정으로 바꿨다. 방송 사업자의 편의 제공 조항에 ‘공포 1년 뒤 시행’ 부칙을 추가한 것도 후퇴라는 지적이다.
김영일 조선대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출판물 조항을 ‘할 수 있다’로 후퇴시키면 사실상 법이 사문화된다”며 “출판물 사업자에게 점자 변환용 파일 제공 의무를 물리되 저작권 논란이 있다면 미국처럼 국가가 파일을 제출받는 입법안을 검토하는 등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장차법 실효성 싹틔우기 지난 4월 법 시행과 함께 국가인권위원회에 무더기로 제기한 장애인 차별 시정 요구들이 열매를 맺고 있다.
박춘봉(29)씨 등 시각장애인 33명은 최근 전국 시·도 중등교원 임용고시를 주관하게 된 서울시교육청한테서 “장애인 시험 편의를 개선하겠다”는 공문을 받았다. 사법시험 등이 시각장애인에게 시험 시간을 1.5배 연장하고 문제의 음성 전환 프로그램도 제공하는 것과 달리, 교원 임용고시에선 이런 편의가 없거나 부족했다. 15살에 실명한 박씨처럼 중도 시각장애인들은 선천적 실명자와 달리 점자 읽는 속도가 느려 시험 시간 연장과 음성 전환 서비스가 필수적이다.
박씨는 “지난해 1차 시험 때 많은 중도 시각장애인들이 점자 읽기에 끙끙대다 여러 문제를 놓쳤다”며 “몇 년 전부터 교육청에 민원을 냈지만 바뀌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박옥순 장애인차별금지 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의 보험 계약을 거절했던 보험회사가 인권위 조사에 ‘실무자의 실수였다’고 사과하고 계약 체결을 서두르는 등 차별 시정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법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실효성을 높이는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박옥순 장애인차별금지 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장애인의 보험 계약을 거절했던 보험회사가 인권위 조사에 ‘실무자의 실수였다’고 사과하고 계약 체결을 서두르는 등 차별 시정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법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실효성을 높이는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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