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협약 ‘반쪽 비준안’ 논란
정부, 보험가입 차별금지 등 핵심조항 제외
선택의정서도 유보한채 국회 동의안 제출
선택의정서도 유보한채 국회 동의안 제출
시각장애인 김아무개씨는 ㅇ생명보험의 ‘무진단 암 보험’에 가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입할 때 건강진단이 필요하지 않다던 보험사는 김씨에게 혈액 검사와 소변검사를 요구했다. 김씨는 “암과 관련된 질병을 앓은 경력이 없고 건강한데도 단지 시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검사를 받게 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이를 받아들여 시정권고를 했다. 하지만 이런 차별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데 이어 국회에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비준 동의안 제출을 앞두고 정부가 보험 가입 차별 금지 같은 핵심 조항을 유보해 ‘반쪽 비준’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문제점은 ‘장애인 권리협약 한국 비준 연대’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장향숙 통합민주당 의원 후원으로 연 토론회에서 집중 거론됐다.
장애인 권리협약은 2006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회원국 192개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됐으며, 지난 3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현재 25개국이 협약을 비준했으며, 15개국은 선택의정서도 비준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22일 국무회의에서 비준안을 의결하고, 국회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핵심 쟁점은 보험 가입 차별 금지 조항의 비준 ‘유보’이다. 협약은 ‘건강보험의 제공, 그리고 국내법이 생명보험을 허가하는 경우에…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며, 그러한 보험을 공정하고 정당한 방식으로 제공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상법은 ‘15살 미만자, 심신 상실자 또는 심신 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다. 정신지체인 등을 보험에 가입시켜 보험금을 타먹는 보험범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게 주된 이유다.
정부는 나아가 협약의 실효성을 확보할 국제적 구제절차를 정한 선택의정서의 비준을 유보했다. 피해 당사자 등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통보하면, 위원회가 이를 심사·조사·제안·권고할 수 있는 제도를 규정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선택의정서 비준은 여건이 성숙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태도다.
서인환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토론회에서 “보험범죄는 장애인만을 노리는 것이 아니다”라며 “또 현행 상법은 ‘심신 상실·박약’이란 지나치게 포괄적인 규정으로 차별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 |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