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애씨 피잣집서 일하며 동료 장애인 한글 교육도
웃기·말하기·나누기. 청주시 북문로 ‘피자헛’에서 일하는 김은애(23·사진)씨가 날마다 실천하고 있는 세 가지다. 김씨는 “그동안 많이 웃지도, 말하지도, 나누지도 못해 주변에 빚이 많다”며 “남보다 더 열심히 살려는 다짐이자 약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3급 지적장애인이다. 단양중학교 1학년 때 우울증과 자폐증이 찾아와 세상과 담을 쌓았다. “갑자기 사람들이 무서워지면서 말하는 것도, 얼굴을 맞대는 것도 너무 겁이 나서 늘 집에 혼자 있었어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가까스로 구조되는 등 방황을 거쳐 어렵사리 고교를 마친 그는 용기를 냈다. 2005년 말 20년 동안 한번도 떠난 적 없는 부모 곁을 떠나 청주를 찾았다. 청주에 사는 둘째 언니 은난(34)씨가 “환경을 바꿔보면 나아질 거야”라며 팔을 잡아 끌었다.
새 환경 속에서 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조금씩 말문을 틔워가던 그는 2006년 2월 우연히 시민단체 충북여성장애인연대를 찾았다.
그는 “장애를 지닌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편견 없이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안으로 숨지만 말고 남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 길로 이곳에서 중증 장애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며 자신을 키웠다. 지난해 4월에는 더 용기를 내 장애인 고용촉진공단 주선으로 피자헛에 취직했다. 그를 이어 지적장애 2급인 장희제(22)·윤대용(29)씨도 함께 일하고 있다.
그는 “막내 희제는 귀엽고, 대용 오빠는 듬직하다”며 “장애를 지녔지만 같은 곳에서 함께 일하면서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새벽5시에 일어나 독서를 한 뒤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피아노·붓글씨와 그림·컴퓨터 등을 익히느라 하루가 빠듯하다.
그는 “어렵게 다시 세상으로 나온 만큼 조금이라도 더 익혀 힘닿는 대로 여럿에게 나눠주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피자헛 제공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사진 피자헛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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