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장애인

“장애인차별, 법대로 조사를” 156개 고발장

등록 2008-04-23 21:10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 등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 11일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시행된 뒤 열흘 동안 모은 156건의 장애 차별시정 진정을 내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 등이 23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 11일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시행된 뒤 열흘 동안 모은 156건의 장애 차별시정 진정을 내기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인권위에 집단진정서 내
“검정고시 교실서 병에 소변”
“청와대 영상자료 자막없어”

23일 서울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에는 하얀 봉투가 무더기로 날아들었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불법’ 차별을 조사하라”며, 장애인들이 인권위에 한꺼번에 진정서를 낸 것이다.

법이 시행된 지 열흘 남짓 지났지만, 세상은 바뀐 게 없었다. 청와대부터 공공기관·학교·은행에 이르기까지 장애인 차별은 천연덕스러웠다. 오히려 관련 예산 5억4천만원을 삭감한다는 소식만 들렸다. 인권위 전담 인력을 20명 늘리기로 한 약속이 깨진 것이다.

이에 장애인들이 다시 모였다. ‘불법’ 차별에 대한 집단 진정으로써 법이 사문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 등 전국의 장애인단체들이 열흘 동안 모은 진정서는 156건이었다. 인권위가 지난 한 해 처리한 245건의 절반을 훌쩍 넘어선다. 무더기 진정을 통해 ‘차별투성이 세상’을 법대로 조처할 것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차별 현실에 대한 피맺힌 고발들을 쏟아냈다. “지난 13일 검정고시를 봤는데, 화장실 준비가 제대로 안 돼 교실 안에서 병에다 소변을 받아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영상 자료를 보려고 했는데,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도 없고 수화 통역도 없었습니다.” “중도 실명하면 손가락 감각이 무뎌 점자를 읽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사법시험 등은 음성 서비스로 시험을 볼 수 있는데, 교원 임용시험은 이런 서비스 제공을 거부합니다.”

이들의 증언은 더디고 힘겨웠다. 뇌병변 장애 1급으로 입술이 비틀린 이준애(42)씨는 말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던 보건소 의사를 ‘괴롭힘 등의 금지’를 위반한 차별로 조사해 달라고 진정했다. 발달장애가 있는 중학생 딸아이를 둔 김혜미(44)씨는 교육 현장에서 겪은 차별을 호소하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접수된 진정은 교통수단 불편, 보험 거절, 음식점에서 내쫓김 같은 ‘재화와 용역의 이용에 관한 차별’이 156건 가운데 83건으로 가장 많았다.

복지시설 비리를 고발하며 서울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가, 자신이 머무는 시설에서 나가라는 요구를 받고 있는 1급 장애인 김현수(33)씨는 ‘거주의 자유’를 침해한 차별을 증언했다. “가족들은 ‘무슨 이득이 있다고 그런 데 다니냐, 밥 잘 먹고 똥 잘 싸고 가만 있으라’ 합니다. 제가 뭘 잘못했을까요?”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작은 윤석열까지 몰아내자” 대학생들 극우 비판 시국선언 [영상] 1.

“작은 윤석열까지 몰아내자” 대학생들 극우 비판 시국선언 [영상]

시민 10만명, 체감 -10도에도 “내란 안 끝나” 분노의 집회 2.

시민 10만명, 체감 -10도에도 “내란 안 끝나” 분노의 집회

건물도면 올리고 “척살” 선동…‘헌재 난동’ 모의 커뮤니티 수사 3.

건물도면 올리고 “척살” 선동…‘헌재 난동’ 모의 커뮤니티 수사

“식사도 못 하신다”…인생의 친구 송대관 잃은 태진아 4.

“식사도 못 하신다”…인생의 친구 송대관 잃은 태진아

누나 생일엔 일어나길 바랐지만…6명에 생명 주고 간 방사선사 5.

누나 생일엔 일어나길 바랐지만…6명에 생명 주고 간 방사선사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