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입구에서 어른 장애인 학생들이 야학 재정과 공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인천 민들레야학 강제퇴거…지원 통사정에도 교육청은 ‘뒷짐’
부평 작은자야학도 문닫을판
지난 21일 오후 8시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앞 광장에 설치된 한 천막 안. 휠체어를 탄 장애인 20여명이 국어와 수학 등 수업을 듣고 있었다. 시설이라고는 접이식 책상이 전부였지만, 30~40대가 대부분인 학생들의 열정은 천막 야학교실을 후끈 달궜다. 대부분 학교에서 입학을 거부당해 배움을 포기한 적 있는 이들이다. 이들은 그동안 공부해온 인천시 계산동의 ‘민들레 야학’이 퇴거 명령을 받자, 지난 16일부터 이 곳 천막학교로 옮겨왔다.
민들레 야학은 장애인인 박길연 교장을 중심으로 장애인들의 못 배운 한을 풀자며 2006년 7월 문을 열었다. 인천에서 유일한 어른 장애인 전용 야학을 세우기 위해 장애인들이 스스로 노점을 열고 사비를 냈다. 하지만 최근 이들은 6개월치 임대료와 2개월치 관리비를 내지 못해 집주인한테서 나가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인천시 교육청을 찾아가 재정이나 공간을 지원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어른 장애인 교육은 인천시의 업무”라는 답만 들었다. 시 교육청은 정문 앞의 천막야학 설치조차 경찰을 동원해 막았다. 하는 수 없어 이들은 인천문예회관 앞에서 천막야학을 연 것이다. 초등학교 과정을 배우는 안명훈(30)씨는 “천막학교라도 공부할 수 있어서 좋지만, 우리도 비장애인처럼 마음놓고 공부할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 성인들이 비장애인들과 함께 공부하는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의 ‘작은자 야간학교’도 독지가의 공간 제공과 후원으로 27년간 명맥을 이어왔지만, 재건축으로 곧 문을 닫을 판이다. 이 학교는 대책위원회를 꾸려 매일 낮 12시 인천시 교육청 정문 앞에서 ‘열린교실’을 열고 있다.
대책위 홍보팀장인 장종인(33) 작은자 야간학교 간사는 “서울, 대전, 대구, 충북 등 각 교육청에선 대체로 장애인 야학에 공간과 운영비를 지원하지만, 인천시 교육청은 담당 부서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2005년 기준으로 인천시에 등록된 장애인은 11만명이며, 이 가운데 45.2%인 5만명 가량이 초등학교 이하의 학력을 갖고 있다.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김영환 기자 yw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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