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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지적 장애여성’ 성폭력, 가해자 처벌 더 어렵다

등록 2008-04-18 20:44수정 2008-04-19 01:09

‘지적 장애여성’ 성폭력
‘지적 장애여성’ 성폭력
직접 강압 않고 친절한 척 꾀어 ‘성노리개’ 삼기 일쑤
6달새 피해상담 293건…경찰 ‘입증 어렵다 ’ 미온적
20일은 장애인의 날

지적(정신지체)장애 2급인 김강숙(가명·19)양은 2006년 11월 집 근처 야산에서 이웃에 사는 이아무개(56)씨와 처음 ‘성관계’를 맺었다. 김양은 동네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씨가 “웃으면서 ‘이리 오라’고 해서” 따라갔고,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옷을 벗었다고 했다. 김양의 정신 연령은 7∼8살 수준이다. 그 뒤로 이씨는 돈을 주거나 과자를 사주겠다며 수시로 김양을 자신의 집, 동네 뒷산, 유원지, 여관 등으로 불러내 수십 차례 성관계를 요구했다. 동네 뒷산에는 이불과 식염수까지 갖다 두었다. 이런 일은 1년여 동안 이어졌다. 김양의 부모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씨는 “김양이 먼저 사귀자고 했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게 아니다”며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이양은 “아저씨가 맛있는 것도 사주고 좋은 데도 데려갔다. 하도 졸라서 (성관계를) 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최근 이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나이에 비해 정신연령이 낮은 지적장애 여성들이 ‘성노리개’로 전락하는 일이 잦지만, 수사·사법당국은 이들의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여성부가 집계한 전국 장애인상담소의 성폭력 상담 현황을 보면, 지난해 상반기 접수된 472건 가운데 지적장애 여성의 피해 상담이 293건(62.1%)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장애인 중 지적장애인 비중이 6%(13만7천명)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들이 성폭력 범죄의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장애 유형별 성폭행 현황
장애 유형별 성폭행 현황
전문가들은 이들이 성폭력 범죄를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심지어 가해자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성폭력 피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의 상담 사례를 보면, 지적장애 2급인 최승미(가명·16)양은 2006년 말부터 1년여 동안 40대 이웃 남성한테 성폭행을 당했지만, 면담 과정에서는 이 남성을 줄곧 “돈도 주고 옷도 사준 좋은 사람”이라고 진술했다. 이 상담소의 민병윤 소장은 “지적장애인들은 호의적인 사람을 따르고 믿는 경향이 강한데 판단 능력은 부족하기 때문에 성적 욕망을 채우려는 이들의 꾐에 잘 빠진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경찰 등 수사기관은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없다는 이유로 가해자 처벌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김양 사건을 수사한 서울 강서경찰서와 남부지검도 “물리적 강압이 없어 성폭력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사법부 역시 이런 기조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장애인단체들은 지적한다. 지난해 대법원은 의붓아버지가 정신지체 2급인 동거녀의 딸을 수차례 성폭행한 사건에 대한 상고심에서 “피해자가 항거 불능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김명실 한국제나가족지원센터장은 “수사기관에선 지적장애인들의 특성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폭행·상해·살인 등 극단으로 갈 경우에만 문제를 삼는다”며 “이런 상황에선 지적장애 여성들의 성적 결정권은 늘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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