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 자립 공장인 무궁화전자에서 만나 결혼한 이창현(오른쪽)·김원남씨 부부. 교통사고로 다리를 못쓰는 남편 이씨와, 뇌성마비 장애자인 부인 김씨는 ‘안정된 직장’이야말로 장애인들이 진정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설 수 있게 해주는 ‘희망’ 그 자체라고 말한다.
김원남·이창현 부부의 ‘당당한 자립’ “일과 회사가 곧 ‘희망’입니다.” 스무살에 교통사고로 다리가 마비된 남편 이창현(35·오른쪽)씨에게도, 날 때부터 뇌성마비로 장애인이 된 아내 김원남(35)에게도 ‘직장’이란 평생 뛰어넘기 힘든 높은 벽 같은 것이었다. 공장에도 나가고 돈을 벌어도 봤지만 안정된 직장은 꿈에 불과했다. 그저 일을 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생기는 대로 일을 할 뿐이었다. 일을 할 수 있기만 해도 다행이기에, 내일도 일을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할 틈조차 없었다. 지난 1995년, 금은세공 가내공장에 다니던 이씨는 수원에 무궁화전자라는 장애인 전용공장이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지원서를 냈다. 이씨는 무궁화전자에서 처음으로 직장다운 직장에 다닐 수 있게 됐다. 2년 뒤인 97년 김원남씨가 입사했다. 농수산물 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김씨는 벌이는 줄지만 안정된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바로 입사를 결심했다. 학교 졸업 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네차례나 면접에서 떨어지면서 포기했던 직장인의 꿈을 마침내 이룰 수 있었다.
꿈만 같았던 안정된 직장 ‘이걸 내가?’겁먹던 마음은 ‘난 할수있어’로
불안한 내일 갈증 씻어줘“사회적 기업이 우릴 살립니다” “회사에 들어오니까 계획이란 게 생기는 거에요. 전에는 수입이 불안정하고, 언제 일이 끊길지 몰라 항상 불안했거든요.” 아내 김씨에게 직장은 근본적인 갈증을 채워줬다. “직장이 제게 사회적 구성원이 되어 일할 수 있게 해줬어요. 직장 다니기 전에는 제가 장애인이다보니 결혼도 힘들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직장은 그들을 변화시켰다. ‘이걸 내가?’라며 지레 겁먹기 일쑤였던 마음은 이제 ‘나도 뭐든 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 회사에서 만난 동갑내기 두 사람은 금세 친구가 됐고, 친구처럼 애인처럼 사귀기 4년만인 지난 2000년 결혼에 골인했다. 무궁화전자의 4번째 ‘사내커플’ 부부가 된 것이다.¶일을 할 수 있으니까 하나씩 목표가 앞에 나타나 그들을 이끌었다. 결혼 3년만에 집을 샀을 때처럼 기뻤던 적도 없었다. 자신들 스스로의 힘만으로 얻어낸 결실이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이제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뿐이다. 이 회사를 나가도 다닐 곳이 있는 시절이 오는 것. 그렇게 되기 위해 무궁화전자 같은 ‘사회적 기업’들이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사회인으로서 인정 받고 책임과 의무를 질 수 있어야 장애인은 비로소 가족과 사회에서 진정한 구성원이 될 수 있습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점, 직장을 통해 희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좋습니다. 장애인끼리만 있으면 장애인임을 더 인식하게 되고 서로 의존하는 경향도 있어요.” 지난 94년 삼성전자가 장애인 자립 작업장으로 설립한 무궁화전자는 163명 직원 가운데 125명이 장애인이며, 삼성전자에 전자부품을 공급하면서 자립경영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흑자를 냈고, 최근 월 매출 10억원을 돌파했다. 삼성사회봉사단 황정은 부장은 “무궁화전자는 기업이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기업’의 국내 첫 사례”라며, “앞으로 장애인 고용을 더욱 확대,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이 검토하고 있는 ‘1사 1사회공익기업’ 운동의 모델이 바로 이 회사다. 일본의 혼다가 설립한 장애인 고용업체 혼다태양과는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교환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수원/구본준 기자·사진 무궁화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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