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성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야학인 노들야학 학생들이 2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세운 비닐 천막에서 올해 개학식을 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맹추위가 가시지 않은 2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장애인 40여명이 비닐 천막 2동을 올리고 ‘개학식’을 열었다. 찬바람에 맞서 제 형태를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워 보이는 이 허술한 천막은 장애인들의 배움터인 노들야학이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교실이다. 지난 15년 동안 둥지틀었던 서울 광진구 정립회관 교실을 비워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소아마비협회가 운영하는 정립회관은 공간 부족과 관리·운영비 부족을 들어 지난해 12월31일까지 교실을 비워달라고 요청했다. 박경석 노들야학 교장은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나오는 지원비로는 교직원 인건비조차 감당이 안돼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노들야학은 장애인 학생들이 사회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에 길거리에서라도 수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을 받지 못한 장애인을 위해 기초 한글교육과 검정고시 준비를 도와온 ‘장애인 교육의 상징’ 노들야학은 이렇게 새 학기를 거리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노들야학 학생 최우준(30·뇌병변장애 1급)씨는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중학교 과정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늦은 나이지만 공부를 하고 사람을 만나며 취직도 할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그것마저 어려워져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승연(35·뇌병변장애 1급)씨도 “야학마저 없어지면 방구석에만 있어야 할텐데 …”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노들야학 교사 신한나(25)씨는 “항상 열악했고 항상 어려웠지만 상황에 맞게 대책을 마련해 왔는데, 이젠 정말 끝까지 온 것 같다”며 “장애인 가운데 초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이 45%가 넘는 상황에서 이들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겨울 추위 속에 마련한 이 천막조차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처지다. 종로구 공원녹지과 하종식 주임은 “야학을 위한 가설 건물은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는 공원 점용 허가 대상이 아니다”라며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글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장애인복지시설 정립회관에서 공간을 빌려 수업을 해오던 노들장애인야학 학생들이 지난해 12월31일 부로 퇴거를 요청받고 길거리로 나선 2일 오후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노들천막야학 개학식을 열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장애인복지시설 정립회관에서 공간을 빌려 수업을 해오던 노들장애인야학 학생들이 지난해 12월31일 부로 퇴거를 요청받고 길거리로 나선 2일 오후 노들천막야학 개학식이 열린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덩그러니 야학 현판이 놓여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글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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