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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요양원은 차라리 ‘지옥’이었다

등록 2007-12-28 20:25

사랑을 이루기 위해 경기 철원군 ㅇ장애인요양원을 ‘탈출’해야만 했던 김복자·오재석씨 부부가 28일 경기 시흥시에 마련한 신혼집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랑을 이루기 위해 경기 철원군 ㅇ장애인요양원을 ‘탈출’해야만 했던 김복자·오재석씨 부부가 28일 경기 시흥시에 마련한 신혼집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장애인 예비부부 복자·재석씨에게…
일 부리며 시시때때로 폭행
퇴소신청에 정신병원 감금도
인권위 긴급구제 겨우 탈출
신혼집 마련 ‘행복 꿈’ 찾아

김복자(27·지체장애 1급)씨 표정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길라치면 오재석(30·정신지체 2급)씨가 묻는다. “다리 불편해? 양말 벗겨줄까?” 서로를 의지하며 장애를 딛고 살아가는 이들은 강원 철원에 있는 ㅇ장애인요양원에서 만나 사랑하게 됐다. 하지만 그 사랑을 이루기 위해 이들은 힘겹게 요양원을 ‘탈출’해야만 했다.

엄격하게 통제된 요양원 생활 속에서 이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것은 지난 2003년 8월이었다. 김씨는 요양원 쪽이 시키는 온갖 궂은일을 참고 해내는 오씨를 보며, ‘저 사람이라면 내가 평생을 함께해도 좋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오씨 역시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하던 김씨의 모습이 좋았던 터였다.

그러나 둘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요양원 쪽은 이들 사이를 방해했다. 오씨는 “둘이 함께 있는다는 이유로 시설실로 끌려가 맞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둘이 만나지 못하게 하려고 내 전동 휠체어를 빼앗아가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으면 몸조차 가누지 못하는 김씨에게 전동휠체어를 뺏는 것은 곧 감금을 의미했다. 김씨는 “며칠 동안 계속 방에만 있었다”고 말했다.

보다 못한 김씨의 언니(29)는 지난 17일 요양원에 퇴소 신청을 했다. 요양원에서는 “아무 때나 와서 김씨를 데리고 가면 된다”고 말했다. 김씨와 오씨가 결혼할 계획이었기에, 증인서약서를 쓰고 오씨도 함께 데리고 나올 생각이었다. 그러나 요양원 쪽은 18일 오전 갑자기 오씨를 경기 송추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시켰다. 오씨는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꼭 나를 데리러 와 달라”고 말했고, 함께 나가 가정을 꾸릴 생각에 젖어 있던 김씨는 울면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결국 지난 20일 먼저 요양원에서 나온 김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 27일 송추의 정신병원에 찾아가자, 병원 쪽은 바로 오씨를 퇴원시켰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오씨에게 온갖 궂은일을 시키던 요양원 쪽이 오씨를 내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김씨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ㅇ장애인요양원 노아무개 원장은 “일을 시키지 않았고 직업훈련이나 물리치료에 대해 혼동했을 것”이라며 “오씨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악화돼 혼란 증세를 보이면 자제를 못하고 도주하기 때문에 입원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정말 정신병이 있었던 것이라면 인권위 조사관이 조사하러 가자 곧바로 퇴원을 시킨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는 이유 없이 오씨를 잡아 가두었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제 경기 시흥시에 신혼집을 마련한 두 사람은 행복한 삶을 꿈꾸고 있다. 김씨는 “나는 힘든 일이 있으면 언니한테 투정이라도 부릴 수 있지만, 오빠한테는 나밖에 없다”며 “이 사람이 평생 기댈 수 있는 가족이 돼주고 싶다”고 울먹거렸다. 이들은 오는 31일 혼인신고를 한다.

글·사진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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