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s통일을 염원하는 장애인들의 금강산 통일기행 이틀째인 12일 오전 이 행사에 참여한 방정운(17)군이 도우미와 함께 금강산 3대 절경의 하나로 꼽히는 구룡연 계곡을 오르고 있다. 금강산/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냄새가 같아요. 공기는 좀 더 맑지만 흙내는 똑같네요.”
12일 아침 아직은 봄이 이른듯 금강산에는 여전히 눈이 남아있었다. 장남식(22·한세대4)씨는 그 눈을 조심스레 비껴 밟으며 한껏 숨을 들이마셨다. “바람은 소리로 느끼고 산은 냄새로 느낀다”는 장씨는 앞을 전혀 보지 못한다. 하지만 보지 못하는 만큼 몸의 감각은 ’솔직’하게 북쪽의 모든 것을 알려왔다. 2003년 14시간에 걸쳐 한라산 정상을 올랐던 장씨에게 금강산은 남도의 유채꽃 내음과는 다른, 그러나 같은 흙에 뿌리를 둔 소나무의 향을 바람에 실었다.
이날 ’함께 딛는 발걸음, 하나되는 우리’라는 주제로 열린 장애인들의 금강산 등반은 통일운동단체인 사단법인 지우다우(지금 우리가 다음 우리를)가 제25회 장애인의 날(4월20일)을 맞아 마련했다.
육영학교 정신지체 장애인, 서울농학교 청각장애인, 서울정민학교 지체장애인 등 그동안 남과 북이 함께 하는 자리에서 한켠으로 밀려있던 130여명의 장애인들이 참여했다. 남녘의 땅과 북녘의 산을 함께 밟으며 장애인들도 당당한 통일의 주체로 우뚝 서자는 취지다. 신한은행·엘지전자 사회봉사단 160여명도 이들의 눈과 귀를 대신하여 함께 했다.
휠체어 타고 폭포쪽 향해
땅을 디디지 않아도 느낌은 공유되고 감각은 전염된다. 휠체어 바퀴가 구를 수 있는 곳까지가 언제나 ’산의 정상’이었던 보람(18·여)이도 금강산 구룡폭포를 향했다. ’정상’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산어귀에서 끝났다. 하지만 중증 지체장애를 가진 보람이는 무뚝뚝한 얼굴의 북한 군인을 보고도 몸을 한껏 뒤로 젖히며 큰 웃음을 지어 보일 줄 알았다. 보람이 엄마는 “고속도로 여행을 좋아하는 보람이가 이곳이 북한인 걸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강산 좋아. 북한 사람 좋아. 독도 좋아.” 묻는 말이 무엇이든 ’좋아’를 연발하는 지나(18·여)는 밭은 숨을 내뱉으면서도 “끝까지 산을 오르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목적지인 구룡폭포에 가까워 질수록 장애인들은 모나지 않은 금강산의 돌에 걸려 넘어지고 땀에 흠뻑 젖은 채 가뿐 숨을 토해냈다. ’우리 민족 제일일세’라는 노래를 멋드러지게 불러준 북한 여성 관광안내원이 “그렇게 앉아있으면 저기 코끼리 바위처럼 굳어버린다”는 말을 하자 지나는 “좋아”하며 다시 일어섰다. 영화 ‘말아톤’ 배형진 “평양까지” 산의 품 속으로 들어갈수록 북한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방법은 저마다 달랐다. 영화 ’말아톤’에서 시원스레 춘천 호반을 내달렸던 실제 주인공 배형진(22)씨는 “금강산에 온 김에 평양까지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형진씨의 어머니 박미경(46)씨는 “공기가 좋아 형진이가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네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20)씨는 이날 저녁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선보일 ’환희의 송가’에 구룡폭포의 물소리를 담아 내고 싶어 했다. 시각장애인인 성민(17)군은 “지금 금강산은 웬지 푸른 금강송으로 뒤덮였을 것 같다”면서도 “사실 아직까지도 여기가 금강산이라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고 웃음을 지었다. 주택(16)군도 수화로는 담기 힘든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느라 무던히 애를 썼다. 밥 먹는 것도, 산을 오르는 것도 모든 것이 남들보다 갑절의 시간이 걸렸다. 더뎌도 통일은 함께하는 것이라는 걸, 시간이 걸려도 모든 사람이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말하는 시간이었다. 금강산/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목적지인 구룡폭포에 가까워 질수록 장애인들은 모나지 않은 금강산의 돌에 걸려 넘어지고 땀에 흠뻑 젖은 채 가뿐 숨을 토해냈다. ’우리 민족 제일일세’라는 노래를 멋드러지게 불러준 북한 여성 관광안내원이 “그렇게 앉아있으면 저기 코끼리 바위처럼 굳어버린다”는 말을 하자 지나는 “좋아”하며 다시 일어섰다. 영화 ‘말아톤’ 배형진 “평양까지” 산의 품 속으로 들어갈수록 북한을 이해하고 상상하는 방법은 저마다 달랐다. 영화 ’말아톤’에서 시원스레 춘천 호반을 내달렸던 실제 주인공 배형진(22)씨는 “금강산에 온 김에 평양까지 달리고 싶다”고 말했다. 형진씨의 어머니 박미경(46)씨는 “공기가 좋아 형진이가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마디 거들었다. ’네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20)씨는 이날 저녁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선보일 ’환희의 송가’에 구룡폭포의 물소리를 담아 내고 싶어 했다. 시각장애인인 성민(17)군은 “지금 금강산은 웬지 푸른 금강송으로 뒤덮였을 것 같다”면서도 “사실 아직까지도 여기가 금강산이라는 것이 믿기질 않는다”고 웃음을 지었다. 주택(16)군도 수화로는 담기 힘든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느라 무던히 애를 썼다. 밥 먹는 것도, 산을 오르는 것도 모든 것이 남들보다 갑절의 시간이 걸렸다. 더뎌도 통일은 함께하는 것이라는 걸, 시간이 걸려도 모든 사람이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말하는 시간이었다. 금강산/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