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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이사람] “제 아픔, 후배들은 모르고 살았으면”

등록 2007-12-04 18:54

‘20돌 장애우권익연구소’ 함께 달려온 신용호 소장
‘20돌 장애우권익연구소’ 함께 달려온 신용호 소장
‘20돌 장애우권익연구소’ 함께 달려온 신용호 소장
스물네 살이던 그가 어느덧 마흔네 살이 됐다. 20년의 세월은 쏜살처럼 흘렀다. 다른 곳에 눈길조차 주지 않고 장애인 권익을 위해 오직 한 길만 걸어온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신용호 소장. 그가 4명의 동료와 함께 만든 연구소가 4일 20주년을 맞았다.

민주화의 열기가 온 나라를 뒤덮던 1987년, 신 소장은 장애인 문제를 내걸고 연구소를 설립했다. 주장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무관심한 세상이 장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출범 당시 단 4명이었던 상근자는 지금 40명으로 늘었다. 후원회원도 8천여명에 이른다.

소아마비 겪으며 ‘존엄한 시민 권리’ 앞장
상근 40명·후원 8천여명…‘차별금지법’ 성과
“시혜·눈물 말고 그냥 그대로 봐주세요”

“방향은 늘 한 가지였어요. 장애인을 시혜와 눈물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는 겁니다. 장애인도 존엄성을 가진 시민입니다. 차별받지 않고, 안전하게 이동하고 일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를 찾자는 거죠.”

신 소장은 장애라는 것이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불굴의 의지로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더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지만, 그것은 칭찬받을 특별한 경우일 뿐 누구나 그러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보는 데 불편하면 안경을 쓰죠. 걷는 데 불편하니 휠체어를 타는 겁니다. 그냥 그대로 봐주세요.”


신 소장 자신도 장애인이다. 장애가 그를 장애권익 운동으로 이끌었다.

“제가 2급 지체장애인입니다. 소아마비였죠. 제가 겪은 수많은 아픔을 후배들은 모르고 살았으면 했어요. 일종의 책임의식 같은 게 있었어요.”

신발 끈 묶을 시간도 없이 달려온 지난 20년 동안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직업재활 및 고용촉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장애인의 권익을 위한 법이 많이 만들어졌다. 물론 연구소만의 성과는 아니다. 수많은 장애인들의 헌신적 투쟁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는데, 법 제정운동 시작부터 딱 15년 걸렸습니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하지 말라는 당연한 외침이 이제야 결실을 맺다니, 정말 감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신 소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는 “무엇보다 법이 현실에서 지켜져야 한다”며 “장애인 기초연금, 정신지체 장애인을 위한 정책 마련 등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앞으로 남은 삶도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 구현을 위해 살겠다는 신 소장.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며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사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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