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못보는 고통, 음악으로 이겨요”
11일 오후 3시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는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가 클라리넷 선율에 실려 지하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시각장애인 음악가인 이상재 교수와 이곳에 모인 200여명의 녹내장 환자와 가족들은 클라리넷 소리를 매개로 희망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어린 시절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클라리넷 연주자 이상재(38·사진) 교수(천안대 음대)와 소프라노 김선영(38) 씨가 손을 잡고 녹내장 환자들을 위해 ‘눈 사랑 콘서트’를 연 것이다. 동갑내기인 이들은 서울 맹학교 선후배 사이로, “녹내장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음악으로 달래주고 싶었다”라고 콘서트를 연 동기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7살 때 녹내장 진단을 받고 이후 3년 동안 9차례나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실명하고 말았다. 이 교수는 “사춘기 시절 앞을 못 보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많았지만 클라리넷이 이를 이겨내는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주자의 길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는 “점자 악보가 없어서 일반 악보를 점자 악보로 일일이 옮겨 적고 곡을 무조건 외워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어려움에도 혼자서 6년간 미국 유학생활을 마쳤고 올해에는 천안대학교 강단에 섰다.
김선영 씨 역시 생후 3개월 때 왼쪽 눈을 실명하고 오른쪽 눈마저 8살 무렵 완전히 빛을 잃었다. 그는 실명 직전에야 자신의 병이 녹내장임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일반인보다 몇배의 노력을 한 끝에 미국 맨해턴 음대를 졸업하고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서는 등 음악가로서 성공을 일궜다. 김씨는 “병명을 일찍 알았더라면 하고 후회하며 허비한 시간들이 많았기에 이렇게 희망을 줄 수 있는 공연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사진 삼성서울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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