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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휠체어 탄채 습지식물 만져…대단한 경험”

등록 2007-12-02 21:51

고외택(46·지체장애 1급)씨가 2일 울산 남구 선암수변공원 안 저수지에 설치된 장애인 숲탐방로에서 습지식물인 부들을 만지고 있다.
고외택(46·지체장애 1급)씨가 2일 울산 남구 선암수변공원 안 저수지에 설치된 장애인 숲탐방로에서 습지식물인 부들을 만지고 있다.
울산 선암수변공원 ‘장애인 숲탐방로’ 조성
시각장애인 등 감격의 눈물

“습지식물을 직접 만지고 등산로를 산책할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11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와 함께 언어 장애를 앓고 있는 고외택(46·지체 1급)씨는 2일 울산 남구 선암수변공원 안 저수지에 서식하고 있는 부들잎을 만져보고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고씨는 이날 20여명의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부채꼴 모형의 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조성된 2㎞의 등산로를 30여분 동안 산책했다. 그는 어눌한 말투로 “주위의 도움이 없이는 집을 나서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 입장에선 저수지에서 자라는 습지식물을 직접 만지고 등산로를 산책하는 것은 대단한 경험”이라며 “좀 더 많은 공원들이 장애인들이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기업, 행정기관이 힘을 합쳐 전국에서 처음으로 주차장에서 저수지를 가로질러 등산로까지 직선으로 연결하는 너비 1~2m, 길이 40~50m의 나무로 된 장애인 전용 숲탐방로를 만들었다. 이곳엔 그 동안 계단이 있어서 휠체어와 시각장애인들의 접근이 어려웠다.

탐방로 들머리의 공원 안내판 옆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판과 음성 유도기가 달려 있다. 탐방로 바닥엔 노란색의 유도 블록이 일정한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탐방로 중간엔 의자를 만들어 보호자와 휠체어 장애인들이 앉아서 습지식물을 만지고 볼 수 있도록 했다. 부들, 갯버들, 왕버들 등 저수지에서 자라는 습지생물을 소개하는 안내문 옆에도 점자 안내판이 부착돼 있다. 나무 바닥은 휠체어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가로형 골로 만들었다.

숲탐방로 끝에 다다르면 너비 2m 가량의 등산로와 연결되는데 등산로의 경사를 낮추기 위해 높이가 낮은 곳은 흙을 1m 가량 쌓고 높은 곳은 깎았다. 또 잘 미끄러지지 않도록 황토흙을 사용하고 올라가는 지점엔 여러개의 작은 홈을 팠다.

장애인 숲탐방로는 울산생명의숲이 아이디어를 내고 산림청이 복권기금(녹색자금) 1억8천여만원을 지원했다. 지역기업인 듀폰이 2천여만원을 내 안내문 등을 만들었고, 울산 남구청은 등산로에 황토흙을 새로 깔았다.

윤석 울산생명의숲 사무국장은 “장애인 숲탐방로는 장애인한테도 숲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주자는 나눔운동”이라며 “앞으로 자치단체들이 생태공원을 조성할 때 장애인을 고려해서 설계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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