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제1회 한국농아인야구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궂은 날씨 속에서도 밝은 표정으로 잠실구장을 뛰고 있다.
국내 첫 농아인야구대회 창설 주도한 조일연씨
‘우리 성심학교는 야구부를 만듭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은 중3 박대순 학생에게 이름을 적어내세요. 교감선생님 씀.’
2002년 4월, 청각장애 특수학교 충주성심학교의 야구는 그렇게 시작됐다. 대학에서 특수교육학을 전공한 조일연(53) 전 성심학교 교감은 교생실습에서 성심학교와 인연을 맺은 뒤 1983년 이 학교에 정식 부임했다. 처음 만난 아이들은 삶의 목표가 흐렸고, 진지하지 않았다.
성심학교 교생실습 때부터 25년 인연
‘10살 언어의 벽’ 넘을 종목 ‘야구’ 발굴
내년 10월 아시아 5개국 대회도 유치 “‘열 살의 벽’이란 게 있어요. 청각장애인들의 평균 학습성취도가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을 넘기가 어려워 삶이 변화하기 참 어렵죠.” 그는 청각장애인들에겐 세계를 지배하는 규칙이 언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다른 규칙을 찾았다. “몸 한 부분에 장애가 생기면 다른 곳의 감각이 활발해지는 ‘보상감각’을 스포츠에 활용해 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야구면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부상의 위험이 일반인보다 크지만 들리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종목이었다. “교육의 목적은 장차 밥벌이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그는 인기종목인 야구로 경제적인 부분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좋은 선수 하나면 사회적 인식까지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작은 테니스공으로 했다. 처음엔 조 전 교감이 직접 야구를 가르쳤다. “시골학교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아이들이 변해갔다. “고교 대회에 나가겠다”고 공언을 했고, 2003년 8월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나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졸업한 뒤에도 야구를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그가 주도해 청주드래곤이어스와 충주성심학교 등 4개팀이 출전하는 제1회 한국농아인야구대회가 시작됐다. 어려움은 여전하다. “야구부를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혼자예요. 협회도 없고, 내가 손을 떼면 모든 것이 공중에 떠버리는 상황이죠. 안내책자를 만들고, 봉투까지 직접 붙여야 했어요.” 지난 8월말로 교감 자리까지 내놓고 대회 준비에 매진해온 그는 벌써 내년 10월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에서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호주 등 5개국 선수들이 참가하는 아시아농아인 야구대회를 이미 유치했다. “야구에서는 말이 없어요. 여기서 만큼은 청각장애인들이 약자가 아니지요.” 글·사진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10살 언어의 벽’ 넘을 종목 ‘야구’ 발굴
내년 10월 아시아 5개국 대회도 유치 “‘열 살의 벽’이란 게 있어요. 청각장애인들의 평균 학습성취도가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을 넘기가 어려워 삶이 변화하기 참 어렵죠.” 그는 청각장애인들에겐 세계를 지배하는 규칙이 언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다른 규칙을 찾았다. “몸 한 부분에 장애가 생기면 다른 곳의 감각이 활발해지는 ‘보상감각’을 스포츠에 활용해 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야구면 가능하다고 생각했죠.” 부상의 위험이 일반인보다 크지만 들리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종목이었다. “교육의 목적은 장차 밥벌이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그는 인기종목인 야구로 경제적인 부분도 해결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좋은 선수 하나면 사회적 인식까지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작은 테니스공으로 했다. 처음엔 조 전 교감이 직접 야구를 가르쳤다. “시골학교에서 야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아이들이 변해갔다. “고교 대회에 나가겠다”고 공언을 했고, 2003년 8월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 나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졸업한 뒤에도 야구를 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그가 주도해 청주드래곤이어스와 충주성심학교 등 4개팀이 출전하는 제1회 한국농아인야구대회가 시작됐다. 어려움은 여전하다. “야구부를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혼자예요. 협회도 없고, 내가 손을 떼면 모든 것이 공중에 떠버리는 상황이죠. 안내책자를 만들고, 봉투까지 직접 붙여야 했어요.” 지난 8월말로 교감 자리까지 내놓고 대회 준비에 매진해온 그는 벌써 내년 10월을 바라보고 있다. 서울에서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호주 등 5개국 선수들이 참가하는 아시아농아인 야구대회를 이미 유치했다. “야구에서는 말이 없어요. 여기서 만큼은 청각장애인들이 약자가 아니지요.” 글·사진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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