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 사회공헌 평가 끌어올려 전담팀 만든 김영신씨
조폐공사 사회공헌 평가 끌어올려 전담팀 만든 김영신씨
지난 6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과학로 한국조폐공사 화폐박물관에 경남 경산시 대동시온재활원생들을 태운 버스 2대가 들어섰다.
이들은 조폐공사가 열고 있는 장애인 초청행사의 올해 마지막 손님들이다. 버스 문이 열리자 김영신(41·고객만족팀 사회공헌 담당·사진)씨는 원생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고 부축하며 이들을 마중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기동 고객만족팀 부장은 “부축받아야할 사람이 오히려 도움을 주려고 나선다” 안타까워했다.
그는 대학졸업 뒤 외국인회사에 다니며 중국 유학을 준비하던 92년 교통사고로 양쪽 발을 크게 다쳐 지체장애 2급의 장애를 얻었다. 두 발을 모두 절단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를 거부하고 3년여동안 7차례 수술을 받아 절단만은 면했다.
가족의 격려 속에서 그는 1년만에 휠체어에서 목발로, 다시 목발을 놓고 두발로 걷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상처가 아물수록 ‘뭘 할 수 있을까?’하는 정신적인 고통은 더 깊어졌다. 아버지가 “하늘은 이길 수 없는 고통은 주지 않는다”며 격려해 주는데 힘입어 경기 일산 장애인직업전문학교에서 멀티미디어 그래픽을 배웠다.
그는 생일을 1996년 1월3일이라고 말했다. 조폐공사에 입사해 제2의 인생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회공헌 업무를 맡은 것은 2003년, 공사와 대기업에서 이미지를 높이려고 신설한 분야여서 업무 지침이나 예산 지원도 없었지만 그에게는 사막에서 찾은 오아시스였다. 그는 일을 많이 하면 다른 이들에게 도움을 더 많이 줄 수 있다는 기쁨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다. 동료들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조폐공사는 2003년 공기업 사회공헌 평가에서 만년 하위권을 벗어나 2위에 오르자 사회공헌 전담팀을 발족했다.
정명국 팀장은 “워낙 성격이 좋고 ‘하자, 해보자’며 직원들을 설득하는 추진력이 대단해 사회공헌 활동이 쉽게 자리 잡았다”며 “저 친구 별명이 ‘깡패’”라고 귀띔했다. “초청행사가 교통편과 먹거리 챙겨드리고 박물관 보는게 전부같죠? 하지만 바깥 출입이 어려운 분들에게는 나들이 기회랍니다.” 그는 “장애를 얻은 뒤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대전/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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