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성씨
장애 딛고 59살에 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 딴 김찬성씨
“파도가 모터보트를 덮치면 원위치로 회복시키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은 양손으로 조종간을 잡지만 저는 한손으로 잡아 돌리려다 보니 배 이상의 노력이 들었습니다.”
사고로 한쪽 팔을 잃은 제주시 제주유람선 관리소장 김찬성(59·사진·제주시 도두동)씨는 19일 동력수상레저기구 조종면허를 딴 과정을 설명하면서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날 조종면허증을 받음에 따라 5~20t의 모터보트를 운전할 수 있게 됐다. 축구 육상 등 만능 운동선수였던 그는 15살 때인 1963년 마을에 있는 방앗간에서 불의의 사고를 당해 왼팔을 잃었다. 왼쪽 무릎도 15도 이상 구부릴 수 없고, 오른쪽 다리보다 짧다.
“당시 병원 4곳을 전전했습니다. 팔과 어깨, 왼쪽 다리를 다쳐 3년 동안 지긋지긋한 병원 생활을 했죠. 그 때문에 마을에서는 죽었다는 소문이 났었어요.”
병원에서 뛰쳐나온 뒤 억척스럽게 살아온 그는 제주유람선 관리소장으로 일하면서 모터보트를 타는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하다 몇년 전 빠른 속도로 운항하는 해양구조실습선을 한번 타 볼 기회를 갖게 됐다.
파도를 가로지르는 모터보트를 타면서 마음이 탁 트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됐다는 그는 그때 “한번 조종면허증을 따서 마음껏 바다의 길을 달려보자”고 생각을 하다 올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배웠다.
지난 11~12일 이틀 동안 필기와 실기를 보는 조종면허 시험을 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민첩성과 순발력 테스트였다.
“부이를 바다 중간중간에 띄워놓고 에스(S)자로 운항하는 과정과 배를 항해하는 중간에 잠시 멈추게 한 뒤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는 돌발상황을 평가하는 인명구조 실습을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한쪽 팔로만 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는 그는 “기회가 닿으면 제주도 일주나 남해안 일대를 보트로 다녀오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제주/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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