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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휠체어 타고 간 CGV 극장엔 ‘귀퉁이 지정석’

등록 2007-10-14 20:07수정 2007-10-15 14:04

생활속 장애인 차별…그 ‘불편한 진실’
생활속 장애인 차별…그 ‘불편한 진실’
생활속 장애인 차별…그 ‘불편한 진실’

근육장애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최선진(37)씨는 지난 4월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미아 시지브이’(CGV)로 영화를 보러갔다. 비슷한 장애를 갖고 있는 김아무개씨와 비장애인 친구 등 셋이 모처럼 나들이에 나선 것이다. 최씨는 미리 인터넷으로 영화관에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확인한 뒤 예약했다.

그런데, 막상 영화관에 도착해 보니 내려야 할 10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서지 않았다. 건물 9~11층에 상영관 6곳이 있는데, 9층과 11층에만 엘리베이터가 서고 10층 상영관은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된 구조였다. 최씨는 “직원들과 실랑이 끝에 평소 이용하지 않는 비상문으로 안내를 받아 겨우 상영관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상영관에 들어간 최씨 일행은 더욱 화가 났다. 휠체어를 타고 영화를 보는 장애인석이 상영관 맨앞 오른쪽에 딱 한자리만 있었기 때문이다. 할 수 없이 최씨와 친구들은 따로 흩어져 영화를 봐야 했다. 최씨는 “비장애인과 같은 돈을 냈는데도 왜 원하는 자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없는지 참 속상했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문제로 덮어둘 수 없다고 생각한 최씨는 ‘강북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 도움을 요청해 영화관 쪽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영화관 쪽은 처음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버텼지만, 최씨 등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까지 내자 지난 4일 사과와 서비스 개선 약속을 담은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장애인이 겪고 있는 불편에 사과하고, 앞으로 차별 없이 영화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인적 서비스 등 편의를 제공하며 물적 시설 개선에도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아 CGV’ 화면 보기도 힘들고 일행도 따로 앉아야
불편 호소 모른척 일쑤…인권위 진정 내자 “개선 노력”


김상용 시지브이 본사 영업지원팀 대리는 “미아 시지브이에서는 이후 장애인들이 원하는 자리에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직원들이 장애인을 안아서 옮기는 등 서비스를 하고 있다”며 “다만 (엘리베이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물 구조는 당장 바꾸기 어렵다”고 밝혔다.

미아 시지브이뿐만 아니라 영화관을 비롯한 공연장 대부분이 장애인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도 세종홀 정면 계단에 휠체어 램프가 없고 체임버홀에는 휠체어 장애인석도 없는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 3월 체임버홀에서 열린 바이올린 독주회를 관람하러 갔던 지체장애인 ㅈ(여·41)씨가 “장애인 관람석이 없어 공연을 끝까지 관람하지 못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자, 세종문화회관은 지난 8월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 계획을 인권위에 통보했다. 체임버홀에는 2008년 7월까지 휠체어 장애인석을 설치하기로 했다.

홍현근 지체장애인 편의시설지원센터 팀장은 “지난 4월부터 전국 공연장 348곳을 대상으로 장애인 편의시설을 75항목으로 세분화해 조사한 결과, 대략 100점 만점에 60점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며 “장애인이 공연장을 이용하기에는 매우 불편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소연 노현웅 기자 dandy@hani.co.kr


점자표기 없는 생활용품 “내용물 구별 못해”

유통기한 지난 식품 사먹고 복통·설사도
터치스크린 방식 ATM 시각장애인 외면

앞을 보지 못하는 유영인(32)씨는 화장품을 사용할 때마다 흔들어 보는 버릇이 있다. 출렁거림의 정도로 스킨인지 로션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성이 비슷한 샴푸와 린스는 좀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또다른 시각장애인 이 아무개(35)씨는 얼마 전 동네 슈퍼마켓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을 사먹었다가 심한 복통과 설사에 시달렸다.

보건복지부 통계로,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 200여만명 가운데 10%인 20여만명이 시각장애인이다. 그런데 시중에 판매하는 생활용품에 점자 표기가 된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해 시각장애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마침 15일은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흰지팡이의 날’이다. 정작 장애인들은, 일회성 행사나 이벤트보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에 공감하고 사회적 배려를 실천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천 가지의 일반 소비재 상품 가운데 점자 표기를 한 것은 진로소주의 참이슬 프레쉬, 하이트맥주의 먹는샘물 퓨리스, 크라운제과의 초콜릿, 동화약품의 후시딘을 비롯한 일부 의약품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엔 나드리화장품이 내놓은 기능성 화장품 ‘베르당’과 샴푸 ‘시크리티스’도 용기 겉표면에 점자를 넣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나드리의 이현석 마케팅실장은 “시각장애인들도 화장을 하며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가 있다. 소수자 배려는 작은 것 하나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점자 표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2008년 7월부터는 아이스크림 등 모든 빙과류에도 점자 표기와 제조일·유통기한 표시가 의무화된다.

점자 표기의 내용도 아직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진로’, ‘맥주’, ‘음료’ 등 회사명이나 제품 종류 표시 위주다. 사용자가 직접 작동해야 하는 기기에 디지털 방식이 채택되는 추세도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그다지 달갑지 않다. 작동 버튼들이 평면에 가까운 소프트터치 방식으로 바뀌는 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은행마다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음성 안내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시각장애인이 터치스크린을 이용하기란 불가능하다.

허주현 전남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시각장애 1급)은 “내년 4월부터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시행되면 점자 표기 여부가 대표적 차별 사례의 기준으로 꼽힐 것”이라며 “장애우들이 사회생활에서 겪는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이 선진국, 평등사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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