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장애인

서로 눈이 되어…사랑의 산책로

등록 2005-04-04 19:00수정 2005-04-04 19:00

“이쪽은 빠지는 데야. 조심해!” 앞장 서 걷던 부인 조성옥(오른쪽)씨가 배수로를 발견하고 뒤쪽의 남편 임종관씨에게 말한다. 이내 두 사람은 흰지팡이로 배수로를 확인하며 무사히 그 구간을 벗어난다.

용산에 살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운동삼아 남산을 찾는 시각장애인 임씨 부부는 4일 오후 서울 남산 산책길에서 서로 손을 꼭 잡고 조심스레 길을 건너 갈림길로 들어섰다. 왕복 7∼8㎞를 걷는 데 비장애인에 비해 갑절 넘게 시간이 걸리지만 부부가 함께 걷는 길은 즐겁기만 하다. 산책이 힘들지 않으냐는 물음에 임씨는 “남산 산책로만 같으면 다닐 만하다”며 웃었다.

서울맹학교에서 만나 28년 전 결혼한 임씨는 중학생 때, 조씨는 초등학생 때 사고로 두 눈의 시력을 잃었다. 서로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함께 공부하며 쌓인 정으로 결혼한 부부는 안마시술을 하며 두 아이를 키웠다. 아들은 군 제대 뒤 유학을 준비 중이고 딸은 지금 대학교 새내기다.

서로 눈이 되어주는 두 개의 흰지팡이와 꼭 잡은 손이 있기에 이날도 무사히 산책을 마칠 수 있었다. 4일 오후 남산 산책길은 터져오르는 꽃망울로 임씨 부부를 인도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속보] 정청래 법사위원장 헌재에 ‘탄핵소추 의결서’ 제출 1.

[속보] 정청래 법사위원장 헌재에 ‘탄핵소추 의결서’ 제출

헌재, 올해안 9인체제 복원…윤 대통령 탄핵심판 속도낸다 2.

헌재, 올해안 9인체제 복원…윤 대통령 탄핵심판 속도낸다

동자동 쪽방 주민들 ‘탄핵 떡’ 나눔…국회 앞서 “쑥스럽지만…” 3.

동자동 쪽방 주민들 ‘탄핵 떡’ 나눔…국회 앞서 “쑥스럽지만…”

보수집회서 “대통령실, 마지막 영상 먼저 보내줘”…가짜 뉴스 돌아 4.

보수집회서 “대통령실, 마지막 영상 먼저 보내줘”…가짜 뉴스 돌아

“윤석열이 건넨 ‘접수 대상 언론’에, MBC 말고 더 있어” 5.

“윤석열이 건넨 ‘접수 대상 언론’에, MBC 말고 더 있어”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