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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사람은 어둠 속에서 작고 무력한 자신 발견”

등록 2007-09-19 13:45수정 2007-09-19 14:07

안드레아스 하이네케 박사
안드레아스 하이네케 박사
감각 체험전 ‘어둠속의 대화’ 창시한 안드레아스 하이네케 박사
실명 저널리스트 긍정적 생활 보며 감명 받아 ‘창안’
통상적 감각 외 바람, 온도, 압력 더해 19년간 진화
소리소문 없이 퍼져 전세계 21개국 550만명이 참여

“어둠은 소통을 위한 아주 좋은 도구다. 타인과는 물론 자신과의 소통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둠 속의 대화’ 프로그램 창시자인 안드레아스 하이네케(52) 박사는 통상 밝음을 찬미하는 사람들과 달리 어둠을 찬미하는 사람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이해가 된다. 그 프로그램을 거치면 안드레아스와 같은 어둠 찬미자가 된다.

‘어둠 속의 대화’는 암실 속에 공원, 도로, 시장, 카페 등을 재현해 놓고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 그룹을 인솔하면서 완벽한 어둠의 세상을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 ‘완벽한 어둠’ 속에서는 눈은 있으나마나.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똑같은 조건이다. 하지만 무명(無明)은 시각장애인에게 익숙하지만 비장애인은 갑작스럽게 닥친 것이라 속수무책의 상황. 시각장애인이 정상, 비장애인이 장애가 되는 뒤집힌 공간이다.


“사고로 실명한 저널리스트가 재활훈련 뒤에 주어지는 직업인 지압사가 되기를 거부하고 내가 일하던 라디오방송국에 입사 지원해 왔다. 처음에는 단순히 안됐다는 생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심했지만 2년동안 그와 함께 지내면서 그의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생각과 행동에 감명을 받았다. 박해한 독일인과 박해당한 유태인의 피를 함께 가진 나는 유태인이 당한 불이익에 관심을 쏟았고 그것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터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가 제법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게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길로 방송국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나는 장을 만들기로 했다. 1988년의 일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지금의 ‘어둠 속의 대화’다. 19년을 지내오는 동안 프로그램은 진화를 거듭해 초기 청각을 중시해 예술적 음향에 치중했던 게 10년 즈음에 오늘날의 포맷으로 정착됐다. 통상적인 촉각, 미각, 후각 체험 외에 바람, 온도, 압력 등이 추가됐다.

“어둠에 들어서는 순간 사람들은 자신이 작고 무력한 존재임을 발견하게 된다. 또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보통 때 소원하던 시각장애인과 접촉하면서 그들의 장애가 단순히 문화, 젠더 등처럼 배경의 차이임을 깨닫게 된다.”

조정화 가이드 “정말 힘든 날엔 ‘오늘’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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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각 전시회는 소리소문 없이 번져 전세계 21개국에서 열려 모두 550만명이 거쳐갔다. 10년 뒤 그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반응을 조사한 결과 100% 모두 전시회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으며 16%는 어둠속 안내인 이름을 정확히 기억해냈다. “짧은 한시간 동안이지만 본다는 것에 대한 고마움, 어둠 속에서의 편안함, 상호 신뢰의 중요성에 대한 깨달음 등 중요한 인식의 전환을 경험하게 되며 그 경험은 ‘감각이란 무엇인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등 철학적 물음으로 확장된다”고 안드레아스는 말했다.

“시각은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게 하는 감각이고 청각은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감각이다. 그동안 시각 중심으로 문화가 발달하면서 사람은 물론 사회에서의 감각 균형이 깨져 있다. 명상을 할 때 눈을 감지 않는가.”

그는 이 프로그램에 또다른 공로가 있음을 거론했다.

“시각장애인들이 안내자로 활동하면서 자타공인의 주변인에서 모두가 주목하는 핵심인물이 되는 경험을 한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고 완전히 바뀐 삶이 살게 된다. 작년말 기준 5천명의 시각장애인이 안내자로서 당당한 사회인이 되어있다.”

‘어둠 속의 대화’는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2층에서 연말까지 진행된다. 02-525-4120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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