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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장애 말고 창조적 능력 먼저 봐주세요”

등록 2007-09-11 18:55수정 2007-09-12 20:46

제2회 장애인 도예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학생들. 왼쪽부터 황진호, 이경석, 배서림, 이동근, 주정훈, 진우성. 나머지 두 학생은 사진찍기를 꺼렸다. 한국육영학교 제공
제2회 장애인 도예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학생들. 왼쪽부터 황진호, 이경석, 배서림, 이동근, 주정훈, 진우성. 나머지 두 학생은 사진찍기를 꺼렸다. 한국육영학교 제공
장애인도예공모전 ‘대상’ 받은 한국육영학교 학생들
“기분 좋아요.”

그 이상의 얘기를 끌어내기는 역부족이다.

제2회 장애인도예공모전에서 ‘물고기전’(아래)으로 대상을 차지한 9명의 한국육영학교 학생들. 이경석, 이준우, 박종훈, 나혜영, 이동근, 주정훈, 진우성, 배서림, 황진호.

중학부 1학년에서 고등부 3학년에 재학 중인 이들은 대부분 발달장애(자폐)로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처럼 단답형, 단문 이상의 의사소통이 힘들다. “기분이 어떠냐”에서 “언제, 어떻게, 왜 도예냐”를 알자니 이 학교 교사 허노덕씨를 대변인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흙은 말랑말랑해서, 주무르는 동안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정서불안을 동반하는 발달장애아한테 도움이 됩니다.” 거기에다 작품을 완성하여 구워내면 새로운 형태로 거듭나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즐겁게 참여할 수 있어 비장애인한테도 좋다는 것이다.

이들의 작품 ‘물고기전’은 “세밀하지는 않지만 자유롭게 추상 표현돼 있으며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면서도 군집을 이뤘을 때 전체적인 조화를 보여주어 공동작업의 특성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야생화분을 만들다가 물고기 모양의 화분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착상에서 비롯됐어요. 물고기를 만드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이미 만든 물고기와 다른 형태로 만들려는 시도가 늘게 되었죠. 이렇게 만든 다양한 모양의 물고기를 모으니 하나의 큰 작품이 된거죠.”

주로 발달장애아를 위한 육영학교에서는 치료 및 직업준비 겸으로 중학교 3학년이 되면 도예수업를 한학기 동안 받게 되며 고등부에서는 희망에 따라 1년 단위로 도예수업을 받는다. 최근에는 호응이 좋아 대상자를 넓혀 방학 또는 방과후 프로그램으로도 운영하고 있다.


발달장애 중·고생 9명 합작 “기분 좋아요”
“물고기 모양 화분 여럿 모았더니 큰 작품”
지도교사 하씨 “말 대신한 발언이자 신호”

‘물고기전’
‘물고기전’
“처음에는 생각한 것을 평평한 흙판에 그려보게 하고 그 다음에 환조로 옮겨갑니다. 처음에는 똑같이 만들다가 1대1 대화를 통해 새 기법을 익히면서 개성적으로 돼요. 석달쯤 되면 완성도가 높아지죠.”

아이들은 저마다 나름대로 독특한 눈으로 사물을 보고 표현한다.

“한 학생이 놀이동산의 궤도열차를 만들었어요. 평가시간에 누군가 작품 속에 열차가 하나도 없다는 지적을 했어요. 학생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작품을 해체하는 순간 모두 탄성을 질렀어요. 열차를 타고내리는 환승건물 안에 5량의 열차가 들어 있었던 거예요.”

말을 통한 타인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이들에게 도예작품은 외부를 항?h 발언이자 신호다. “장애가 있든 없든 표현하려는 욕구는 마찬가지예요. 장애를 먼저 보지 말고 그들이 가진 창조적인 능력을 먼저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이들 작품을 포함한 공모전 입상 작품 80여점은 12일부터 18일까지 인사아트센터 4층에서 전시된다. 02-3140-3041~3.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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