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여름 ‘장애인과 오지마을여행’ 회원들이 울산 울주군 신불산 여행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장애인과 오지마을여행 제공
6년전 재활학교 교사 뭉쳐 야영…바다낚시…드라이브…
4개지역별 두달에 한번 떠나 경비·차량·음식 등 자급자족
4개지역별 두달에 한번 떠나 경비·차량·음식 등 자급자족
“우리 남편하고 두 달에 한 번은 꼭 참가해요. 그날은 얼마나 설레는데….”
박진영(44)씨는 지체장애인이다. 하지만 두 달에 한 번씩 여행짐을 싼다. 남편도 정상적으로 걷기가 힘들지만, 부부는 걱정이 없다. 인터넷 카페 ‘장애인과 오지마을여행’(cafe.daum.net/wonsiin007) 회원들과 함께 나서기 때문이다. 벌써 5년째다. 박씨는 “회원들이 이제 가족 같아서 도움을 주고받는 게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01년, 여행을 즐기는 경기 광주시 삼육재활학교 특수교사 4명이 만든 이 카페는 원래 ‘오지마을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카페 문패에 ‘장애인과’라는 말을 넣는 건 어때?” 누군가 제안했다. 몸이 불편해 여행을 못 가는 재활학교 학생들과 함께하자는 소박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행과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만나자, 예상 못한 ‘시너지 효과’가 찾아왔다. 회원이 10여명에 불과하던 카페가 북적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1490명으로 불었다.
사실 ‘오지여행’이라는 말도 그들만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운영자인 조재택(44)씨는 “말이 오지여행이지 몸이 약간 불편한 사람이랑 시골 비포장도로 근처에서 텐트 치고 노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장애인들에게는 쉽게 집을 나설 수 있는 편안함을 줬다.
이들의 오지여행은 대부분 1박2일 정도인데, 색깔은 가지각색이다. 서울·경기권, 호남·제주권, 충청·강원권, 영남권 등 네 곳의 지역모임에서 적어도 두 달에 한 차례 여행을 가는데, 도시가 많은 서울·경기권은 주로 시골을 찾아 텐트를 치는 야영을, 호남·제주권은 바다낚시를, 충청·강원권은 안면도나 동해 쪽 해안 드라이브를 즐긴다. 조씨는 영남권을 설명하는 대목에선 머뭇거리다 “산골에 들어가긴 하지만 야영보다는 술이 주가 된다”며 웃었다.
장애인이 외출하려면 ‘용기’가 필요한 현실에서, 초기엔 오지여행에 결단이 필요했다. 이때 큰 힘을 준 사람이 하반신을 쓰지 못하던 황대덕(38)씨였다. 인터넷 아이디 ‘대득’으로 카페에 올린 그의 맛깔스런 여행기와 사진은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줬고, 그 영향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반여행이 물꼬를 텄다. 하지만 그는 바로 지난달 세상을 떠났다. 척추와 장기에 복합적인 장애와 질병을 갖고 있던 그는 큰 수술을 끝내 버텨내지 못했다. 운영자 조씨는 “그를 기리는 글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며 “첫번째 동반모임이었던 경북 봉화군 무구치계곡에서 만난 ‘대득’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카페는 지금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9월3일치 게시판에 올린 ‘장애인 가족과 비장애인 가족의 동반여행’ 계획이 그것이다. 개인의 만남에서 가족 대 가족으로 범위를 넓혔지만, 원칙은 불변이다. ‘제반 경비와 사고는 100% 자기가 책임진다. 차량은 함께 이용한다. 자기가 먹을 음식은 자기가 챙긴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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