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해 세계장애인한국대회가 열리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로 가는 길은 불편하다. 킨텍스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3호선 대화역에 내리면 장애인화장실이 남녀공용(왼쪽)이고, 밖으로 나가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리프트(오른쪽)로 20분을 타고 가야 한다.
세계장애인대회 일산 킨텍스 동선 따라가보니
제7회 세계장애인한국대회가 5일부터 나흘 동안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킨텍스에서 100여개국 3천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다. 장애인 인권문제 등을 논의하는 이 대회는 국제 장애인 행사로는 최대 규모다. 하지만 대회가 열리는 주변과 대중교통 등 장애인 편의시설은 크게 미흡했다. 시각장애인 안내할 점자블록조차 없고
전철역 리프트 역부족, 화장실도 남녀공용 ■ 불편한 동선=3일 〈한겨레〉가 지하철을 이용해 대회 장소까지 이동할 장애인 참가자의 동선을 미리 따라가 봤더니,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대회 장소인 킨텍스까지 가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서울 지하철 3호선 대화역이나 장발산역에 내려야 한다. 우선 시각장애인은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조심해야 한다. 스크린도어가 없기 때문이다. 또 비장애인은 남녀 화장실이 구분돼 있지만 장애인은 남녀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지하철역 밖으로 나가는 것도 문제다. 대화역은 엘리베이터가 없어 리프트로 100m 이상을 올라가야 한다. 적어도 20분이 걸린다. 리프트는 사고 가능성이 높은데, 행사 때는 이용자가 많아 더욱 우려된다. 겨우 역 밖으로 나와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역에서 킨텍스까지 거리는 500m 정도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가기에는 곳곳에 턱이 많아 위험하고, 시각장애인을 안내하는 점자블록은 아예 없다. 대회가 치러지는 킨텍스 건물 안도 시각장애인에게는 위험한 장소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찾아가 듣고 싶어도 점자블록이 없어 혼자 걸어다니기는 어렵다. ■ 부족한 인프라=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조직위원회 오혜환 본부장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너무나 미비해 예산의 상당액을 ‘이동권’ 확보에 사용해야 했다”고 말했다. 조직위원회는 대회장소까지 걸어오기 힘든 장애인을 위해 기차역과 지하철역 곳곳에 휠체어를 탄 채 탈 수 있는 저상버스를 대기시킬 예정이다. 그래도 역부족이다. 오 본부장은 “특급호텔에도 장애인용 목욕시설을 갖추지 않는 등 장애인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숙소가 우리나라에 단 한군데도 없는 실정”이라며 “정부는 장애인 편의시설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임수철 장애우권익연구소 정책팀장은 “지하철과 보도블록 등 장애인 편의시설을 바꿔 나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맞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대규모 행사 유치에만 만족하지 말고 내실을 키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는 국제장애인연맹(DPI)과 한국장애인연맹이 주최하고, 보건복지부, 외교통상부, 경기도 등 13개 기관이 후원하고 있다. 고양/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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