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댄스 국가대표 이영호·이은지 커플이 울산 남구 신정동 장애인댄스스포츠연맹 울산지부 사무실에서 음악에 맞춰 연습하고 있다.
휠체어댄스 국가대표 커플팀 이영호씨·이은지양
배우 수업중 사고로 하반신 마비된 영호씨
산재로 다리 다친 아버지 둔 여고생 은지양
짝꿍 3개월만에 국내 정상…대만대회 출전 “아시아 장애인과 가족들한테 코리아를 알리고 오겠습니다.” 23일 오후 3시 울산 남구 신정시장 근처 장애인댄스스포츠연맹 사무실 안 80여평의 연습장. 경쾌한 삼바 리듬이 흐르자 20대 남성이 탄 휠체어 바퀴가 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10대 후반의 여성도 리듬을 타며 몸을 흔들어 댔다. 1분 남짓 동안의 댄스가 끝나자 두 사람의 얼굴엔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이들은 휠체어 장애인 댄스 국가대표 커플팀 이영호(29·지체 1급)씨와 이은지(19·고 3)양이다. 26일 대만서 열리는 ‘제5회 타성컵 장애인댄스스포츠챔피언십’대회 라틴 3종목(차차차·룸바·삼바) 커플팀 한국대표로 참여하기 위해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이씨는 중학교 때 앞날이 유망한 역도선수였다. 중등부 한국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던 그는 부산체고 3학년 때 권투로 전향했으나 연기에 매력을 느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연기학원을 다녔다. 배우를 꿈꾸던 그의 인생은 25살 때 나락으로 떨어졌다. 열쇠가 없어 옆 집 베란다를 타고 넘다가 떨어진 것이다. 다행히 생명은 건졌지만 하반신이 마비됐다. 절망의 늪에서 허덕이던 그를 다시 일어나게 만든 것은 휠체어 댄스였다. 이씨는 “재활병원 원장께서 휄체어 댄스를 권했어요. 하반신 마비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미가 있었어요.” 휠체어 댄스는 이씨를 많이 변화시켰다. “원래 배꼽 밑에서부터 마비가 왔는데 휠체어 댄스를 하면서 골반까지 운동감각이 살아났어요. 자신감도 생겼어요.” 이씨는 언젠가 다시 두 발로 일어서는 날이 올 것으로 믿고 있지만, 지금의 장애 현실에서 의미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휠체어 댄스 분야에서 최고 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솔로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연기하는 커플을 선택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벽을 허무는데 커플이 더 낫다고 판단해서다. 비장애인 파트너를 물색하던 그는 올 1월 대전대 휠체어댄스 지도자 자격 과정 연수에서 이양을 만났다. 보조강사로 참여했던 이씨가 이양의 열정과 몸동작을 눈여겨 보고 커플을 제의한 것이다. 스포츠댄스학과 대학 진학을 준비하던 이양은 이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산재사고를 당해 다리가 불편한 아빠를 생각한 것이다. 이양은 “평소 아빠와 같은 장애인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지 크게 망설이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4월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날마다 연습한 결과다. 이들은 다음달 10~14일 경북 김천에서 열리는 장애인 전국체전에 울산 대표로 출전한다. 이어 내년 세계대회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울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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