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숙씨
왼손 없이도 예약업무 능숙한 아시아나항공 오진숙씨
“자판 많이 쓰는 예약 업무라 해도 한 손만 있으면 충분합니다.”
아시아나항공 예약영업팀의 오진숙(26·사진)씨는 왼쪽 손이 없다. 시골서 태어난 오씨는 여섯살 때 실수로 여물 써는 농기계를 만지다 그만 스위치가 켜져 사고가 났다.
발도 아니고 손이 불편한 오씨가 하루종일 자판을 두드리며 전화 응대를 하는 예약업무를 맡는 게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편견이었다.
물론 일반인보다 우월하지도 않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닌 일반인 수준이다. 지난해 9월 함께 입사한 동기 22명의 하루 평균 전화 응대 수는 150콜 가량. 오씨의 실적은 바로 그 평균치다. 선입견을 깬 오씨의 활약으로 올 봄에도 한 손이 없는 장애인 2명이 오씨처럼 이 회사의 예약 부서 신입사원으로 뽑혔다.
“한 손으로 치는 거 별 거 아니에요. 양 손으로 하는 것과 거의 똑같아요. 조금 더 한 손이 좌우로 왔다갔다 할 뿐이죠.” 오씨는 “최근 다섯 손가락으로만 치는 자판이 나와있긴 하지만 자신과 같은 장애인한테도 굳이 그런 자판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학교 다닐 때 다들 자판을 배우잖아요. 우리 장애인들도 그때 많이 배우고 대부분 기초가 돼 있답니다.” 오씨는 “처음 익숙해질 때만 더 힘들 뿐 몇달 지나면 일반인들과 다를게 없다”면서 “회사에서는 업무를 하다 조금 더 늘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씨는 앞서 다른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냈으나 손 때문에 탈락하기도 했다. 오씨는 주장했다. “가장 빨리 치는 대회라면 우승하기 힘들겠죠. 하지만 저희들도 전화로 고객과 얘기를 나누며 일을 볼 만큼은 충분히 빠르답니다.”
요즘 기업들은 사회책임경영 차원에서 일반인보다 업무효율이 좀 떨어지는 장애인을 우대해서 채용하는 추세이다. 하물며 오씨같은 경우야….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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