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연합회 미디어접근센터 팀장 황덕경씨
시각장애인연합회 미디어접근센터 팀장 황덕경씨
19일 서울 노원구 상계6동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2층 녹음실. 빼곡히 들어선 갖가지 녹음 장비들 사이에서 성우가 대본을 열심히 읽고, 옆에선 엔지니어가 편집을 하고 있었다. 라디오 드라마 녹음 현장 같지만, 이들이 하는 건 시각장애 학생을 위한 수능 방송 프로그램 제작이다. 이를 책임지고 있는 황덕경(39·사진) 미디어접근센터 팀장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각장애인용 대입 방송을 만드는 현장”이라고 말했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시각장애 학생들은 많지만, 이들을 위한 교재나 프로그램은 거의 없어 연합회가 나섰다. 전국 13개 맹학교에서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은 매년 200명 선이다. 이들은 대개 점자 교과서·참고서에 의존해 시험 공부를 한다. 점자 교과서나 참고서도 학생들이 시설을 갖춘 기관을 찾아가 요청해야 구할 수 있다. 대학 진학자가 연간 30~40명에 그치는 것도 이런 불편 탓이 크다.
“조사해 보니 〈교육방송〉 수능 강의를 이용하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많더라고요. 한데, 강사가 칠판에 내용을 쓰거나, 표나 그림을 보여주거나, 자막으로 관련 자료를 내보낼 땐 이들이 강의를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시작한 거죠.”
지난해엔 〈교육방송〉으로부터 123편의 강의 테이프를 구해 이를 시각장애인용으로 다시 만들었다. 맹학교 교사가 작가가 되어 직접 대본을 쓰고, 성우가 녹음을 하고, 엔지니어가 영상·편집 작업을 했다. 그 결과 이용자의 93%가 만족한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올해도 지난해 수준에서 시각장애 학생용 방송을 만들 계획이다. 국사, 사회문화, 한국근현대사 등 사회탐구 영역 3개 과목 〈교육방송〉 수능 강좌는 소리도서관(sori.or.kr)과 국립특수교육원 이얍 사이트(blind.kise.go.kr)에서 이용할 수 있다. 신청하면 시디로도 만들어 보내준다.
“일반 방송 프로그램보다 시간과 비용이 3배 이상 들어가요. 때문에 국어, 영어, 수학 등 다른 과목들은 아직 엄두를 못 내죠. 한국방송위원회가 지난해와 올해 2억원 남짓 지원했는데, 지방자치단체나 다른 단체들이 관심을 보여 주면 좋겠어요.”
글·사진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