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실천연대 등 5개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로 대검찰청 앞에서 장애인운동 활동가 65명을 1억2314만원의 벌금형으로 기소한 것에 항의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목에 건 팻말에는 자신들의 벌금액과 벌금을 내지 않았을 때 노역장에 유치되는 기간이 쓰여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장애인·시민단체 활동가들 무거운 벌금형에 반발…“부과방식 바꿔야”
#1. 이규식(39). 뇌병변장애 1급. 전동 휠체어와 한몸. 1999년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경사형 휠체어리프트에서 추락. 장애인 이동권 싸움에 투신. 장애인의 날 집회 등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특수 공무집행방해 등 10여건. 벌금 486만원 미납으로 지난 1일 서울 성동구치소에 수감. 2001년부터 장애인 인권을 위해 싸워온 활동가 65명을 약식기소한 벌금 총액은 1억2314만원.
#2. 지난해 5월4일 경기 평택 대추리. 주민 강제 퇴거, 철조망 설치 과정에서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 소속 524명 연행. 역시 집시법 위반 등으로 200여명을 1인당 벌금 100만~300만원씩 약식기소. 모두 3억5천만원.
검찰이 집회·시위가 잦은 사회적 약자나 인권·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몇백만원씩 벌금을 매기고 있다. 이들의 생계가 궁핍하고 단체 예산도 빠듯한 처지여서, 이들에게 벌금형은 구속 못지않은 공포의 대상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등 장애인단체들은 11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법원·검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장애인 차별을 해결해야 할 정부가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검찰은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을 벌금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 박김영희씨는 “인도로는 휠체어가 다니기 힘들어 집회 신고 때 차도를 내달라고 하면 받아주지 않아 결국 도로교통법 위반 등으로 처벌된다”며 “중증장애인으로 특별한 수입도 없는 이씨에게 몇백만원의 벌금은 구속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범대위 법률담당인 고유경씨는 “집시법 위반은 일률적으로 50만원이, 다른 혐의가 추가되면 300만원까지 벌금이 부과된다”며 “법원이 별 검토 없이 검찰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검찰이 많은 사람을 구속하는 게 부담이 돼 벌금형을 내리기도 하지만, 빠듯한 살림의 활동가나 정부 보조금으로만 살아가는 장애인들은 몇백만원씩 벌금을 낼 수 있는 이가 많지 않다”며 “‘차라리 잡아 가두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신종대 2차장검사는 “약식기소 기준은 사안의 중대성과 범죄 전력 등을 따져 정한다”며 “신체형을 자제하는 대신 대체 수단으로 벌금형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단체에서는 벌금형이 신체형을 대신하기 위해선 부과 방식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유럽은 우리나라와 달리 소득에 따라 벌금에 차등을 둔다”며 “소득이 없는 장애인에게 벌금을 물리면 결국 노역장에 끌려가야 하기 때문에 신체형을 부과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검찰 징수사무규칙에 있는 분할납부나 납부유예 제도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하지만 인권단체에서는 벌금형이 신체형을 대신하기 위해선 부과 방식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유럽은 우리나라와 달리 소득에 따라 벌금에 차등을 둔다”며 “소득이 없는 장애인에게 벌금을 물리면 결국 노역장에 끌려가야 하기 때문에 신체형을 부과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검찰 징수사무규칙에 있는 분할납부나 납부유예 제도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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