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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강자 중심 교통문화 이젠 바꿀 때”

등록 2007-05-09 20:58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대표 인터뷰
“이동권 조례 확산되길”

9일 서울 강동구 장애인복지회관에서 만난 박경석 장애인이동권연대 공동대표의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쇠사슬로 자신의 몸과 휠체어를 묶은 채 지하철 선로를 점거하고, 머리띠를 두르고 고속철에 타려고 실랑이를 벌이던 그의 얼굴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웃음이다. 지난 2001년 2월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이 추락해 숨진 뒤 처음으로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며 세상의 차별어린 시선과 제도에 맞서 싸운 지 6년만에 박씨는 큰 승리를 거뒀다. 8일 서울시의회가 2013년까지 전체 버스의 절반 이상을 저상버스로 도입하는 내용의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킨 것이다.

박씨가 6년간 투쟁하면서 가장 서러웠던 것은 2002년 가을 시청역 지하철 선로에서 점거농성을 하다 끌려나왔을 때. 경찰이 박씨와 그의 동료들을 휠체어에서 들어내고 물건 옮기듯 질질 끌고 갔기 때문은 아니었다. 낮시간에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던 많은 노인들이 박씨 등에게 퍼부은 욕설이 큰 상처가 됐다.

“장애인의 70%는 1주일에 1번도 외출을 못하는데, 고작 지하철이 1시간 늦는다고 우리한테 심한 욕설과 화를 내 눈물이 났죠.”

아이러니 하게도 박씨 등의 싸움으로 얻어낸 지하철역 엘리베이터의 가장 큰 수혜자는 노인들이었다. 박씨는 이동권 문제는 장애인들 뿐만 아니라 노인과 어린이 등 교통약자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자주 접하는 것이 모든 장애인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전동휠체어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되고, 지하철역마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서 더 많은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오게 됐고, 그와 함께 활동하는 장애인 동지들의 수도 늘어갔다. 낯설게 여겨졌던 ‘이동권’이라는 개념도 이제는 널리 퍼졌다. 박씨는 이번에 마련된 서울시 조례가 전국 여러 자치단체로 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강자, 남성, 20대 중심으로 발전해온 우리 교통문화가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수많은 장애인들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비장애인들도 팍팍한 경쟁이 아니라 느리게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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