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중증장애인인 최용기(맨 왼쪽)씨가 지난 18일 서울 성동세무서에서 활동보조인 김현홍(가운데)씨의 도움으로 ‘원천징수 이행상황 신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활동보조인 서비스 시간 턱없이 짧다
세수·옷입기 도움받고 함께 외출
시범사업 끝나면 40시간으로 줄어 지난 18일 오전 9시, 김현홍(24)씨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최용기(41)씨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쫓기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씨는 최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곧바로 반응했다. “물”하면 입에 컵을 대주고, “전화”하면 휴대전화를 귀에 붙여준다. 최씨는 목 아래를 움직일 수 없는 1급 중증장애인이다. 그는 활동보조인 김씨를 통해야만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 김씨가 면도를 해주고, 얼굴을 씻기고, 머리를 감기고, 옷을 입혔다. 그의 손길에 까치집마냥 엉켜있던 최씨의 옅은 갈색머리도 곱게 결지어 드리워졌다. 혼자선 해낼 엄두도 못낼 일들을 30분만에 해결한 것이다. 이제 외출이다. 이날 최씨는 ‘장애인의 날’을 기념한 ‘장애인 어울림축제’에 참석했다. 점심으로 비빔밥이 나왔다. 김씨가 한 숟가락을 떠 내밀자, 최씨는 오물오물 씹으며 “맛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꼭꼭 씹어 넘기기를 기다렸다가 김씨가 다시 한숟가락을 뜬다. 오후에는 성동세무서를 찾았다. 최씨가 몸 담고 있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세금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최씨의 말에 따라 김씨가 6장의 서류를 작성했다. 은행에도 가야했지만 이미 해가 기울어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6시 집으로 돌아온 최씨를 김씨가 번쩍 안아 침대에 눕히는 것으로 하루 일과는 마무리됐다. 김씨가 이달 들어 최씨의 활동보조인으로 일한 시간은 벌써 82시간이다. 서울시가 현재 시범사업 중인 활동보조서비스의 한달 지원 시간인 60시간을 훌쩍 넘겼다. 이후 서비스를 받는 시간은 최씨의 개인 부담이다. 지난달에도 126시간의 서비스를 받은 최씨는 66시간에 해당하는 36만3천원을 김씨에게 줘야한다. 하지만 국가에서 한달에 50만원씩 지원받는 것이 수입의 전부인 최씨는 아직도 이 돈을 주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아저씨가 형편이 어려우니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활동보조서비스 제도가 도입되면, 최씨가 받을 수 있는 시간은 한달에 60시간에서 40시간으로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이다. 장애 상태에 따라 지원받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최씨는 말을 하고 앞을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최씨는 “한달에 150시간 정도 지원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밖에서 더 활동하고 싶지만 비용이 부담”이라고 했다. 조성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처장은 “활동보조서비스 판정표에 따라 최대 80시간을 이용하려면 지체, 청각, 시각 등 중증장애가 3가지나 겹쳐야한다”며 “하루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도 한달에 40시간 밖에 이용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김외현 수습기자 ljh9242@hani.co.kr
시범사업 끝나면 40시간으로 줄어 지난 18일 오전 9시, 김현홍(24)씨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최용기(41)씨 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쫓기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씨는 최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곧바로 반응했다. “물”하면 입에 컵을 대주고, “전화”하면 휴대전화를 귀에 붙여준다. 최씨는 목 아래를 움직일 수 없는 1급 중증장애인이다. 그는 활동보조인 김씨를 통해야만 바깥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 김씨가 면도를 해주고, 얼굴을 씻기고, 머리를 감기고, 옷을 입혔다. 그의 손길에 까치집마냥 엉켜있던 최씨의 옅은 갈색머리도 곱게 결지어 드리워졌다. 혼자선 해낼 엄두도 못낼 일들을 30분만에 해결한 것이다. 이제 외출이다. 이날 최씨는 ‘장애인의 날’을 기념한 ‘장애인 어울림축제’에 참석했다. 점심으로 비빔밥이 나왔다. 김씨가 한 숟가락을 떠 내밀자, 최씨는 오물오물 씹으며 “맛있다”고 말했다. 최씨가 꼭꼭 씹어 넘기기를 기다렸다가 김씨가 다시 한숟가락을 뜬다. 오후에는 성동세무서를 찾았다. 최씨가 몸 담고 있는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세금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최씨의 말에 따라 김씨가 6장의 서류를 작성했다. 은행에도 가야했지만 이미 해가 기울어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6시 집으로 돌아온 최씨를 김씨가 번쩍 안아 침대에 눕히는 것으로 하루 일과는 마무리됐다. 김씨가 이달 들어 최씨의 활동보조인으로 일한 시간은 벌써 82시간이다. 서울시가 현재 시범사업 중인 활동보조서비스의 한달 지원 시간인 60시간을 훌쩍 넘겼다. 이후 서비스를 받는 시간은 최씨의 개인 부담이다. 지난달에도 126시간의 서비스를 받은 최씨는 66시간에 해당하는 36만3천원을 김씨에게 줘야한다. 하지만 국가에서 한달에 50만원씩 지원받는 것이 수입의 전부인 최씨는 아직도 이 돈을 주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아저씨가 형편이 어려우니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활동보조서비스 제도가 도입되면, 최씨가 받을 수 있는 시간은 한달에 60시간에서 40시간으로 오히려 줄어든다는 점이다. 장애 상태에 따라 지원받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최씨는 말을 하고 앞을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최씨는 “한달에 150시간 정도 지원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밖에서 더 활동하고 싶지만 비용이 부담”이라고 했다. 조성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처장은 “활동보조서비스 판정표에 따라 최대 80시간을 이용하려면 지체, 청각, 시각 등 중증장애가 3가지나 겹쳐야한다”며 “하루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도 한달에 40시간 밖에 이용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김외현 수습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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