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한경혜씨
3번째 개인전 여는 ‘절수행’ 한국화가 한경혜씨
26년간 1000배 수행…책 ‘오체투지’ 작가
올초부터 한달에 7점씩 논·알곡 형상화
명상 통해 배운 불교 ‘선’ 가르침 오롯이 26년 동안 하루 1000배씩 절수행을 하고 있는 한국화가 한경혜(33)씨가 개인전을 연다. 수행자의 눈으로 물과 볍씨를 천착한 그림들이다. 한씨는 하루 1만배씩 백일 동안 기도를 올리는 100만배 수행을 마치고 경험담을 쓴 책 〈오체투지〉(작가의집)의 작가로도 이름난 이다. 2002년 첫 개인전에 이어 3번째인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물 속에서 물을 보다〉. 마치 선문답 같다. 그에게 물은 도처에 흔한 해갈의 음료수가 아니다. 7살 때 물 한모금 삼키지 못하고 토하면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한씨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만난 성철 스님의 권유로 삼천배를 한 뒤 비로소 물을 삼킬 수 있었다. 따라서 그에게 물은 은유고, 사유의 공간이면서 실제 자신을 살린 삼라만상의 사랑이고 은혜다. “대개 물은 생명성을 은유하는 이미지로 떠올려지지만 그때 저에게 물은 현실에서 생명 그 자체였어요.”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21점의 한국화는 딱 한 점을 빼고는 모두 올해 초부터 석달 동안 그린 그림들이다. 한달 평균 7점씩을 그린 셈이다. “겨울 한철 내내 농사만 지었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작품들은 벼가 일렁이는 논의 형상을 담은 것이 대부분이다. 물이 지닌 생명력은 그림 속에서 에너지의 총아인 알곡으로 표현돼 있다. 한씨의 그림은 은유가 아니라 직설화법으로 보는 이에게 말을 건다. 씨앗 하나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선의 근본 사상이 그림 속에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깊은 명상 상태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황금 몸을 가진 ‘진인’(참나)은 바위 속에도, 물결처럼 일렁이는 푸른 논에도, 씨앗 속에도 들어있다. 우주 삼라만상이 모두 하늘의 품성과 마음을 지니고 있으며 모두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선의 가르침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명상 중에 본 것을 그린 게 아니냐고 묻자 그는 다만 웃었다. “인간의 생명과 소멸도 이와 같아요. 모든 게 순환이고, 연기법이에요.” 그의 삶은 절수행과 떼려야 떼놓을 수 없다. 첫돌이 지나자마자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그에게 성철 스님은 절수행을 생존의 방편으로 던져줬다. 이 인연으로 불교 수행에 정진하는 한편 한국화 그리기를 계속해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두번이나 특선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홍익대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공부 때문에 잠시 쉬고 있지만 한동안 경남 김해에 있는 작업실 ‘작가의 집’에서 장애아들에게 무료로 그림을 가르치기도 했다. 전시회는 1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인사동 공화랑(02-730-1144)에서 연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올초부터 한달에 7점씩 논·알곡 형상화
명상 통해 배운 불교 ‘선’ 가르침 오롯이 26년 동안 하루 1000배씩 절수행을 하고 있는 한국화가 한경혜(33)씨가 개인전을 연다. 수행자의 눈으로 물과 볍씨를 천착한 그림들이다. 한씨는 하루 1만배씩 백일 동안 기도를 올리는 100만배 수행을 마치고 경험담을 쓴 책 〈오체투지〉(작가의집)의 작가로도 이름난 이다. 2002년 첫 개인전에 이어 3번째인 이번 전시회의 제목은 〈물 속에서 물을 보다〉. 마치 선문답 같다. 그에게 물은 도처에 흔한 해갈의 음료수가 아니다. 7살 때 물 한모금 삼키지 못하고 토하면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한씨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만난 성철 스님의 권유로 삼천배를 한 뒤 비로소 물을 삼킬 수 있었다. 따라서 그에게 물은 은유고, 사유의 공간이면서 실제 자신을 살린 삼라만상의 사랑이고 은혜다. “대개 물은 생명성을 은유하는 이미지로 떠올려지지만 그때 저에게 물은 현실에서 생명 그 자체였어요.”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이는 21점의 한국화는 딱 한 점을 빼고는 모두 올해 초부터 석달 동안 그린 그림들이다. 한달 평균 7점씩을 그린 셈이다. “겨울 한철 내내 농사만 지었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작품들은 벼가 일렁이는 논의 형상을 담은 것이 대부분이다. 물이 지닌 생명력은 그림 속에서 에너지의 총아인 알곡으로 표현돼 있다. 한씨의 그림은 은유가 아니라 직설화법으로 보는 이에게 말을 건다. 씨앗 하나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선의 근본 사상이 그림 속에 그대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깊은 명상 상태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황금 몸을 가진 ‘진인’(참나)은 바위 속에도, 물결처럼 일렁이는 푸른 논에도, 씨앗 속에도 들어있다. 우주 삼라만상이 모두 하늘의 품성과 마음을 지니고 있으며 모두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선의 가르침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명상 중에 본 것을 그린 게 아니냐고 묻자 그는 다만 웃었다. “인간의 생명과 소멸도 이와 같아요. 모든 게 순환이고, 연기법이에요.” 그의 삶은 절수행과 떼려야 떼놓을 수 없다. 첫돌이 지나자마자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그에게 성철 스님은 절수행을 생존의 방편으로 던져줬다. 이 인연으로 불교 수행에 정진하는 한편 한국화 그리기를 계속해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두번이나 특선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홍익대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공부 때문에 잠시 쉬고 있지만 한동안 경남 김해에 있는 작업실 ‘작가의 집’에서 장애아들에게 무료로 그림을 가르치기도 했다. 전시회는 1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인사동 공화랑(02-730-1144)에서 연다. 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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