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에 문자메시지 폭리
“할인받아도 비싸…아이 명의로 무제한 요금제 가입도”
청각 장애인인 정아무개씨는 문자메시지 이용료로 월 평균 5만여원씩을 낸다. 같은 장애가 있는 그의 부인 역시 월 평균 4만여원씩을 문자메시지 이용료로 낸다. 음성통화를 할 수 없어 문자메시지로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에 청각·언어장애인 35% 요금할인제를 적용받는데도 정씨에겐 꽤 큰 부담이다. 정씨 부부는 견디다 못해, 최근 부인의 이동전화를 해지한 뒤 아이 이름을 빌려 문자 무제한 정액요금제에 가입해 쓰고 있다.
원가의 12배에 가까운 요금을 받고 있는 이동통신 업체들의 문자메시지(SMS) 장삿속(〈한겨레〉 3월22일치 15면 참조)에 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장애 특성상 음성통화를 할 수 없는 청각·언어장애인들은 문자메시지로 통신을 하기 때문에 문자메시지의 요금 부담이 훨씬 더 크다.
비장애인들은 음성통화도 하고 문자메시지도 보낼 수 있어 유리한 쪽을 골라 이용할 수 있지만, 청각·언어장애인들은 문자메시지밖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자 무제한 정액요금제에 가입하면 문자메시지를 조금 싸게 이용할 수 있지만, 18살 이하 청소년만 가입할 수 있어 성인 청각·언어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
예컨대 비장애인들은 120원이면 음성통화를 1분 이상 할 수 있어, 대략 통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은 이 요금으로 문자메시지를 3번밖에 주고받지 못한다. 문자메시지는 한 번에 40자까지만 보낼 수 있다. 따라서 약속 장소나 시간 따위 간단한 내용을 주고받는 정도의 통신만 가능하다. 1분 정도의 음성통화 효과를 내려면 음성통화자보다 더욱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통신업계는 현재 국내 청각장애인 16만여명 가운데 절반 가량을 이동통신 문자메시지 이용자로 보고 있다.
장애인단체들은 문자메시지 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내리거나, 청각·언어장애인들에게만이라도 먼저 문자메시지 요금을 원가 수준으로 감면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자메시지 요금은 현재 건당 30원으로, 원가의 12배 수준에 이른다. 장애인들은 할인을 받아 건당 19.5원을 내지만 여전히 원가보다 8배 높은 수준의 요금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