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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장애인 인권운동가 최옥란씨 세상 떠난지 5년

등록 2007-03-26 20:39수정 2007-03-26 22:11

5년 전 숨진 장애인 인권운동가 최옥란씨를 기려 26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대회 도중 갑자기 비가 내리자 한 참석자가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비옷을 덮어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5년 전 숨진 장애인 인권운동가 최옥란씨를 기려 26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대회 도중 갑자기 비가 내리자 한 참석자가 몸이 불편한 장애인에게 비옷을 덮어주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생보수급·이동권 ‘장애’ 여전
월 소득 40만원 넘으면 의료서비스 무료로 못받아
활동보조 서비스는 이용료·시간제한 부담

그는 경기 파주 미군기지촌 주변 빈민의 딸이었다. 정규교육이라고는 초등학교 1학년까지밖에 받지 못한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었고, 일정한 벌이가 없어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지급받는 기초생활수급권자였다.(<한겨레> 2002년 4월16일치 21면)

장애인 인권운동가 최옥란(작은 사진)씨. 서울 명동성당에서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요구하며 일주일 동안 홀로 농성을 벌이는 등 장애인 권리를 위해 싸우던 그는 메아리 없는 외침에 지쳐 자신의 임대아파트에서 수면제를 먹었다. 그가 36년의 생을 스스로 마감한 지 꼭 5년이 흐른 26일, 서울역에서는 그를 기리는 ‘전국장애인대회’가 열렸다.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대회 참가자 200여명은 비옷을 챙겨 입거나 우산을 나눠 쓰고 서울역 계단 한켠에 앉아 구호를 외쳤다. 유의선 ‘빈곤 해결을 위한 사회연대’ 사무국장은 “내가 올해 36살인데 언니가 죽었을 때 꼭 이 나이라 부쩍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장애인 인권운동가 최옥란씨
장애인 인권운동가 최옥란씨
최씨는 기초생활수급권자였지만 이혼한 뒤 아이를 양육하기 위해 노점상 생활을 했다. 당시 국민기초생활보장제에서는 월소득 33만원이 넘으면 수급권자의 자격을 갖출 수 없었다. 그는 매달 20여만원이 들어가는 의료서비스를 무료로 받기 위해선 수급권자가 돼야 했고, 그러려면 돈을 벌지 않아야만 했다. 결국 최씨는 ‘천냥짜리 좌판’을 포기했고, 아들을 양육할 수도 없게 됐다.

현실은 지금도 비슷하다. 여전히 40만여원이 넘는 소득이 있으면 기초생활수급권자로서 자격을 박탈당한다. 좌혜경 민주노동당 정책연구원은 “최씨와 같은 1~2인 장애인 가구는 아직도 절대적 빈곤에서 벗어나기 힘든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휠체어를 타는 중증 장애인이었다. 이동할 때마다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오는 6월부터는 중증 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 서비스’가 실시된다. 한달 최대 180시간까지 몸을 움직일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기초생활수급권자는 월 2만1천원, 차상위 계층은 월 4만2천원을 지급해야 한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한달 180시간은 하루 6시간꼴로, 세끼 밥 먹는 시간 외에는 이용할 수 없다”며 “원칙적으로 시간 제한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가 숨진 뒤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을 배려하는 제도가 조금씩 더 늘어났다. 장애인 수당이 도입돼 월 3만~13만원이 지급되고 무료 우편 도서대출 서비스, 저상버스 등이 도입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고 장애인들은 말했다. 문상민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은 최근 개통된 인천공항철도를 예로 들며, “장애인이 승차권 자동발매기에 접근할 수도 없고, 승강장과 차량 사이의 틈도 여전히 넓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저녁 7시부터는 추모제가 열렸다. ‘나는 장애여성 뇌성마비 1급 최옥란입니다’라는 영상물에서 최씨는 환하게 웃으며 “가난 때문에 사람들이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박경석 집행위원장은 “최씨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조기원 이정훈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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