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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시청각장애인은 꺼진 TV 상태, 침묵과 어둠 세계에 방치말길”

등록 2007-03-13 22:01

후쿠시마 사토시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교수(왼쪽)가 13일 오후 서울 인사동 거리를 부인 미쓰나리 사와미와 함께 걷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후쿠시마 사토시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교수(왼쪽)가 13일 오후 서울 인사동 거리를 부인 미쓰나리 사와미와 함께 걷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한국 온 ‘일본판 헬렌 켈러’ 후쿠시마 교수

“장애가 있든 없든 혼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일본판 헬렌 켈러’로 불리는 후쿠시마 사토시(45) 도쿄대 첨단과학기술연구센터 교수가 13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아홉살 때 눈 질환으로 실명하고 19살 때 특발성 난청으로 청력까지 잃은 그는, 1983년 시청각 중복 장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도쿄도립대 인문학부에 합격했다. 이후 장애인 교육을 연구·실천하며 도쿄대 교수 자리에까지 올랐다.

후쿠시마 교수는 시청각장애인의 고충을 ‘꺼진 텔레비전’에 비유한다. 청각장애인은 텔레비전을 화면만 보는 것과 같고 시각장애인은 소리만 듣는 것과 같다면, 시청각장애인은 “텔레비전의 스위치를 끈 것과 같은 상태”라는 것이다.

이처럼 침묵과 어둠뿐인 세계에 시·청각 장애인들은 오랫동안 방치돼 왔다고 후쿠시마 교수는 지적했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목소리가 작고 주장이 약하기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잊혀져 살았죠.”

후쿠시마 교수도 그렇게 잊혀질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청력마저 잃던 해,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양손 손가락을 사용한 손가락 점자를 고안했다. 두 사람이 손을 겹치고 점자 타자기의 자판을 치듯 손가락을 짚어주면 손가락이 닿는 위치로 해당 자모를 인식하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맹인학교에서는 친구, 선생님, 봉사자들이 그의 어머니로부터 손가락 점자를 배워 얘기를 걸어주었다. <한겨레>와 후쿠시마 교수의 인터뷰도 일본어 통역과 손가락 점자 통역을 차례로 거쳐 이뤄졌다.

후쿠시마 교수는 자신은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시청각장애인들을 챙기는 것은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며 “눈과 귀가 둘 다 불편한 사람이 잘 살아갈 수 있게 기본적인 지원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시청각장애인은 인구 1만명당 한명 정도로 추정된다. 1만3000명 정도의 중복 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에서는 전국시청각장애인협회가 1991년 설립돼 현재 800여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는 16일 ‘한국시청각장애인 자립과 지원회’가 비로소 설립된다. 전국적으로 5000여명의 중복 장애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 이 단체에는 10명 가량이 참가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을 위한 손가락 점자 통역인은 한명도 없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시청각 중복 장애인 조영찬·김건형씨가 올해 나사렛대학과 방송대에 각각 입학하는 인간 승리를 보여주었다.


김기태 기자, 김지은 수습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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