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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자신과의 싸움서 쟁취한 ‘사각모’

등록 2007-01-30 20:26

김해룡씨
김해룡씨
‘보치아’ 선수 김해룡씨 중증장애 딛고 석사학위 받아
“금메달 따기보다 어려웠다”

“이이이 거?”

30일 충남 천안 나사렛대 재활복지대학원 사무실, 김해룡(31·뇌성마비 1급)씨는 어머니 유근주(63)씨가 들고 있는 모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래 네 거야. 네 석사 모자야.”

석사모를 쓴 그의 손등에 ‘툭툭’ 눈물이 떨어졌다. 석사모에는 어머니의 눈물이 떨어져 스며들었다.

혼자서는 몸을 가누기도 힘든 중증 장애를 딛고 석사 학위를 받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듯 모자는 오랫동안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졸업하기가 올림픽 금메달 따는 것보다 힘들었다”며 “제 손과 발이 돼 준 학우들과 어머니께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보치아(표적구에 공을 차거나 굴려 가장 가깝게 접근한 공에 점수를 주는 경기) 종목 한국 대표선수로 1996년 애틀랜타 장애인올림픽, 1998년 뉴욕 장애인세계선수권대회, 2000년 시드니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가 이 학교 대학원에 입학한 것은 2002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뒤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중증 장애인을 위한 활동을 하려고 진학을 결정했다. 그러나 수업시간에는 필기를 못해 학우들의 공책을 빌려야 했고, 1분에 20타를 겨우 치는 워드 실력으로 숙제를 하려면 2~3일씩 밤을 새우기 일쑤였다. 시험치를 때면 대필자가 해룡씨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몇시간씩 걸렸다. 서울 집에서 천안 학교까지는 열차로 통학했다.

어렵게 학교에 다니면서도 그는 2005년 이 대학 장애인스포츠단에서 보치아 선수 겸 코치로 경기에 나서는가 하면 서울 동작구의 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을 맡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는 “사각모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증거’이고 앞으로 닥칠 수많은 어려움을 이기는 ‘힘’이 될 것”이라며 “자립생활센터를 발판삼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장애인 인권을 높이는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소원요? 이젠 장가가야죠.” 모자의 눈가에 눈물 대신 웃음이 맺혔다.

천안/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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