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지역 봉사자와 장애인 100여명이 지난해 가을 지리산과 섬진강으로 나들이를 떠나려고 차에 오르고 있다. 순천 장애인 사랑봉사대 제공.
출범 10돌맞은 순천 ‘장애인 사랑봉사대’
하반신이 불편한 장애인 배아무개(49·순천시 매곡동)씨는 일주일에 세차례 자원봉사대의 휠체어 리프트 차량을 타고 컴퓨터 강좌를 들으러 간다. 혼자서는 휠체어를 타고 비탈길을 내려갈 엄두가 나지도 않고, 어렵게 큰길로 나간다해도 택시들이 지나쳐버리면 마음에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배씨는 “봉사대 덕분에 컴퓨터와 인터넷을 배워 생활의 활력을 되찾았다”며 “10년 신세를 졌지만 갚을 도리가 없어 늘 미안하다”고 말했다. 12명이 시작…회원 500명으로
이발·미용·심부름·수리 척척
운송봉사 2만회 돌파 눈앞 하루 걸러 신장 투석을 해야하는 문아무개(40·순천시 조례동)씨도 3년 동안 봉사대에 의지해 병원을 오갔다. 문씨는 “아침 8~9시 어김없이 나타나는 차량을 보면 저절로 생기가 돈다”며 “천사같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은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런 ‘아름다운 동행’으로 지역 장애인 1000여명의 손·발 노릇을 해온 전남 순천의 장애인 사랑봉사대(이사장 윤기중)가 18일 출범 10돌을 맞았다. 봉사대는 1996년 말 순천시 풍덕동 빈터의 컨테이너에 문을 열었다. 운수업 자영업 등에 종사하는 평범한 시민 12명이 자신의 승용차를 내어 이송 봉사를 시작했다. 복지관이나 병의원, 시청이나 은행 등지를 대가 없이 오갈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장애인의 부름이 차츰 잦아졌다. 장애인을 돕다보니 심부름 대행, 생필품 지원, 이발·미용 도움, 보일러 점검, 휠체어 수리 등으로 할 일이 자꾸 늘어갔다. 그러나 운영자금이 부족한 탓에 석현동·조례동·가곡동 등지로 사무실을 5차례나 옮겨야 했다. 다행히 2002년 5월 순천시 매곡동 순천의료원 2층에 7평 사무실을 지원받고, 2004년 1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리프트가 달린 승합차를 제공해줘 고비를 넘겼다. 이 때부터 봉사대는 월~금 오전 9시~오후 5시 순천시내와 해룡·별량·서면 등지 반경 10㎞에서 이송 봉사에 전념할 수 있었다. 운송 횟수는 지난해 말까지 1만8887차례를 기록해 2만차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활동으로 전남도내 300여개 사회단체 중 최우수 자원봉사 단체로 뽑히기도 했다. 현재 운전·이발·미용 부문의 봉사 회원이 500여명, 다달이 1만~5만원을 내는 후원 회원이 70여명에 이른다. 30대 후반~60대 초반의 시민과 주부가 많다. 양동선(50) 봉사대장은 “재정이 넉넉지 않아 상근 직원 2명한테 보수를 제대로 주지 못해 안타깝다”며 “경제상황이 어려운 탓에 이웃을 돌보려는 관심도 줄었지만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장애인들을 꾸준하게 돕겠다”고 말했다. (061)753-3599.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