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중씨
장애인 맞춤훈련으로 새삶 찾은 김장중씨
5년전 동상 손가락 잃어 ‘실의와 단절의 삶’ 살다 6달 맹훈련끝 대기업 입사
“장애는 마침표가 아니라 단지 쉼표였습니다.”
지난달부터 두달 가까리 삼성구미공장 정보통신총괄 무선사업부 정밀기술그룹에서 수습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장중(32·지체장애1급·사진)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행복하기만 하다. 어둡고 숨막혔던 기나긴 장애의 터널을 통과해 이제 막 빛이 보이는 출구로 나선 것이다.
2001년 12월 강원도 태백시 부근의 산에 올랐다가 ??을 잃고 쓰러지는 바람에 양손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거의 모든 손가락을 동상으로 잃었다. 청년기에 갑자기 찾아온 장애는 견디기 힘들었다. 2년 동안 세상과 단절한 채 햇볕을 보지 않았다. 어렵게 결심을 하고 취업문을 두드려 어렵게 관광호텔 사우나 청소 일을 시작했으나 월급 80만원에 20시간 가까운 중노동이라 두달만에 포기했다.
‘패배자’라는 자책감에 빠졌던 그는 친구의 따끔한 충고로 부산직업훈련원의 문을 두드렸다. 삼성전자가 장애인에게 맞춤훈련을 하고 훈련결과에 따라 채용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남직업능력개발센터 컴퓨터 이용 작업(CAD/CAE) 과정에 들어갔다. 지난 4월부터 스파르타식 훈련이 시작됐다. 남아 있는 엄지 손가락 등을 이용해 독수리 타법으로 컴퓨터 이용 디자인 등을 배웠다. 이를 악물고 밤을 꼬박새며 공부를 하다보니 조금씩 일이 눈에 들어왔다. 퇴근 뒤 컴퓨터로 게임 한번 했다 지도교사에 걸려 당장 그만두라는 호통을 들을 정도로 빡빡한 생활이었다. 22명이 입소해 건강문제나 성적부진으로 탈락한 3명을 제외한 19명이 과정을 마치고, 10월1일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입사하던 날 홀어머니는 “수고했다. 우리도 웃으며 살아보자”며 울먹였다.
김씨는 “운이 좋았고, 내가 먼저 다가가고 마음을 여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며 회사에 잘 적응해 자신에게 힘을 준 센터 선생님처럼 장애인 후배들의 길을 열어주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구미/광주 글·사진 박영률
안관옥 기자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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