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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소뇌증 조카 11년째 키우는 성희숙씨

등록 2005-03-08 18:23수정 2005-03-08 18:23

방에서 누워만 있던 다솔이가 고모 성희숙씨가 손을 잡고 말을 걸자 즐거워하고 있다. 울산 북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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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누워만 있던 다솔이가 고모 성희숙씨가 손을 잡고 말을 걸자 즐거워하고 있다. 울산 북구청 제공 \\


“다솔이는 내 삶에 짐 아닌 힘”
남동생 부부 사고로 숨지자 빚 쪼들려도 정성껏 양육

50대 주부가 부모의 교통사고로 혼자가 된 뒤 소뇌증으로 누워서만 지내는 조카를 11년째 키우고 있다.

뇌가 보통사람보다 작은 ‘소뇌증’에 걸려 하루종일 누워만 있는 다솔이(11·여·울산 북구화봉동)는 2~3개월짜리 아이의 지능을 지녔지만 고모 성희숙(50)씨가 아파트에 들어서는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 활짝 웃는다.

성씨는 11년 전 다솔이를 운명처럼 만났다. 광주에 살던 다솔이 아버지는 태어난 지 6개월되던 다솔이를 울산에 살던 간호사 출신의 누나 성씨한테 ‘한달만 봐달라’고 부탁한 뒤 일주일만에 부부가 교통사고로 현장에서 숨졌다.

설상가상으로 남동생 부부의 장례식을 치른 뒤 다솔이가 심한 경기를 시작했고 호흡이 곤란해지면서 온 몸이 까맣게 변했다. 소뇌증 증상이 나타난 것이다. 성씨는 혼수상태에 빠진 다솔이를 업고 한달에 몇 번씩 응급실을 들락날락거렸다.

성씨의 형제들은 다솔이의 입양을 권했다. 열남매 중 다섯째인 성씨는 당시 치매를 앓다 돌아가신 시아버지에 이어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돌보고 있었지만 죽은 남동생을 생각해 다솔이를 거뒀다. 성씨는 다솔이를 친자식보다 더 보살폈다. 음식을 씹지도 못해 온몸이 깡마른 다솔이의 몸무게를 불리기 위해 우유와 이유식을 먹이고 대·소변도 치웠다. 두 명의 아들한테는 헌 옷을 입혔지만 다솔이는 항상 새 옷을 입혔다.

의사들은 다솔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만 해도 기적이라며 놀라워하고 있다. 주변에선 성씨의 지극한 보살핌이 다솔이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성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1급 장애인인 다솔이한테 다달이 23만원의 지원금이 나오지만 다솔이에게 다달이 들어가는 100만원을 대려면 당장 일자리를 구해야 한다. 누워만 있는 다솔이를 위해 대출받아 마련한 30여평짜리 아파트의 대출금을 두달째 갚지 못해 은행으로부터 독촉장이 날아왔다.

성씨는 “다솔이는 그동안 저한테 짐이 됐던 게 아니라 저의 시름을 잊게 하고 또다른 삶의 의욕을 불어 넣어준 보석같은 존재입니다. 제가 아프고 병들면 다솔이는 어떻게 될지 그게 더 걱정입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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