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사진 촬영 등을 통해 여성 장애인에 대한 차별 없는 세상 만들기에 노력하다 지병으로 숨진 고 이선희씨.사진제공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주=연합뉴스)
중증장애의 몸으로 누드 사진까지 촬영해가며 여성 장애인에 대한 차별 철폐에 앞장섰던 제주지역 인권 운동가 이선희씨(32)가 갑작스럽게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제주장애인자립생활환경연대 부설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지난 23일 오전 9시께 이씨가 제주시 자택 마당에서 전동휠체어에 탄 상태로 숨져 있는 생활보조도우미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은 이씨에게 특별한 외상이 없었던 점으로 미뤄 지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는 지난 94년 제주시 용두암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며 굴러 목뼈 5.6.7번을 크게 다치면서 하반신이 마비되고 손은 커녕 팔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1급 지체장애인이 됐으나 그에 굴하지 않고 여성 인권운동의 길에 뛰어 들었다.
그녀는 지난 2004년 서울의 전문작가에 부탁해 자신의 누드 사진 13장을 촬영, 450만 장애인 대변지인 에이블뉴스(http://www.ablenews.co.kr)에 공개하는 등 여성 장애인에 대한 차별 없는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는 당당함을 보여줬다.
그녀의 이 같은 노력은 지난 3월 사단법인 제주여민회, 제주외국인근로자센터 부설 이주외국인상담소 등으로 구성된 `3.8 제주여성축제' 기획단이 주는 올해의 `성평등 디딤돌상'을 수상하면서 빛을 발했다.
이씨는 또 지난달에는 '2006 장애여성 인권선언 국토순례 대장정'에 참가해 14박 15일 동안 전국을 돌며 장애여성의 인권실태를 알리기도 했다.
그녀는 특히 제주장애인자립생활환경연대의 모체인 '자립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창단을 이끌었고 장애인 인권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그녀는 큰 뜻을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한 채 한 많은 생을 마감하고 25일 오전 제주양지공원에서 오빠와 동생, 친지와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김호천 기자 khc@yna.co.kr (제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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