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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음악으로 ‘치료’ 아닌 ‘소통’의 길 열었죠

등록 2006-09-19 20:48

자폐아 아들과 기도원·병원 다니다 깨달아
아이 아닌 이들을 격리하는 세상이 비정상
연주자들과 ‘돋움공동체’ 만들어 8년째 공연
[이사람] 발달장애인 위해 공연하는 작곡가 이상만씨

전업 작곡가인 이상만(50)씨는 한국에서 가장 자주 공연을 마련하는 기획자다.

지난 3년 동안에 무려 39번의 공연을 열었으니, 한달에 한번 이상꼴이다. 횟수로만 놓고 보면 웬만한 대형 공연기획사 못지않다. 그가 마련한 무대는 여느 다른 공연과는 다른 점이 있다. 모두 ‘발달장애우와 그의 가족을 위한 사랑의 음악회’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는 점이다. 흔히 ‘자폐’라고 불리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개선하려는 취지에서 그는 2003년 6월부터 꾸준히 작은 무대를 마련해왔다. 국악과 재즈, 클래식, 힙합을 아우르는 다양한 자선 공연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그가 본업인 작곡과 별도로 자선 공연을 계속 열게 된 계기는 8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이른 봄 그는 역시 발달장애아인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대구의 한 기도원을 찾았다. 그곳에서 그는 아들이 치료의 구실로 기도원 사람들에게 “보랏빛으로 피멍이 들도록” 얻어맞는 것을 지켜봤다. “그렇게 녹초가 된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건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저였죠. 제가 이 상황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거에요.”

그 이후에는 무수히 드나들던 병원과 기도원, 특수 교육 기관으로의 발길도 끊었다. “제가 교회를 다니는데, 만약에 제가 예수님에게 제 아이를 고쳐달라고 하면 뭐라고 답하실까요? 이렇게 답하시지 않을까요? ‘얘야, 아이가 뭐가 그렇게 특별하고, 다르다고 생각하느냐. 아이는 비정상이 아니다. 단지 그런 아이들을 문제 삼고, 격리하려는 세상이 비정상일 뿐이다’라고요.” 발달장애는 치유의 대상인 병이 아니라, 선천적으로 적절한 반응의 기제가 없는 장애일 뿐이라는 인식도 그에게서 싹 텄다.

그 이후 그의 고민은 “발달장애아들을 문제 삼지 않도록 어떻게 사회와 이웃을 설득할까”로 모아졌다. “뭔가 소통은 하고 싶은데, 저에게는 돈이 있지도 않고, 조직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작곡이 직업이니, 좋은 연주자들은 많이 알고 있죠.”

그렇게 알음알음으로 연주자들을 모았다. 취지에 공감한 연주자들은 공연료는커녕 차비 한푼 받지 않고 무료로 무대를 꾸몄다. 그렇게 공연을 위한 단체인 ‘돋움공동체’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300~400명의 후원자들도 소액이나마 공연을 위해 십시일반으로 나섰다.

지난 15일 저녁 8시 서울 마포문화센터 아소홀에서 열린 ‘성기문·이검 초청 재즈 듀오 콘서트’는 이씨가 올해 일곱번째로 연 공연이다. 이번 공연은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넓지 않은 객석은 대부분 이씨 지인 약 60여명이 차지했다. 공연이 끝난 후 무대에 오른 이씨는 “다음 공연에 오실 때는 이웃 한분씩 손 잡고 오시길 바란다”고 했다. 돋움공동체 다음 공연은 10월20일 오후 8시 명동 YWCA 마루 소극장. (02)2266-7453. cafe.daum.net/dodum.


글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사진 탁기형 선임기자 kht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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