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양궁 국가대표 뽑힌 서울 성북구청 유순덕씨
“당장이라도 밖에 나가서 시위를 당기고 싶어요.”
서울 성북구청 민원감사실에서 호적업무를 보는 유순덕(34·여·지체장애2급)씨는 요즘 머릿속이 양궁 생각으로 꽉 차있다.
그는 제9회 쿠알라룸푸르 아·태경기대회 장애인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근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23명이 참가한 선발전에서 국가대표 3명 가운데 1명으로 선발된 것이다. 처음에는 국가대표에 선발되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양궁을 본격 시작한 게 지난해 7월께로 갓 1년 정도 밖에 안 됐기 때문이다.
그는 7월 평소 친분 있던 이를 만나러 천안에서 열린 장애인 양궁대회에 찾아갔다. 우연히 활을 당겨봤고, 주위 선수들이 “좋은 자세다. 여자 양궁선수도 흔치 않은데, 이 기회에 한번 해보라”고 격려했다. 초등학교·중학교 때 특기활동으로 잠깐 해본 뒤 손을 놓은 활을 다시 잡았다. 배우기는 쉽지 않았다. 지방에 있는 비장애인 양궁실업팀 감독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도를 받았다. 그는 2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 다리가 불편하다. 휠체어 탈 정도는 아니지만, 경기 때는 중심 잡기 힘들어 앉아서 시위를 당겨야만 한다.
이제껏 전문적인 선수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22살 때 9급으로 출발해 10년 넘게 꽉 짜인 공무원 생활을 해왔다.
“가끔씩은 안 보이는 차별을 느낄 때도 있고, 일상생활에서 한계를 느낄 때도 있는데 양궁을 시작하고는 그런 것들이 다 해소가 되더라고요.” 요즘 그는 “양궁에 미쳐 있다”고 했다. 일하는 중간중간에도 활을 잡으러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단다. 1시간마다 팔굽혀 펴기를 하고, 집 마루에는 표적지를 가져다 놓고 연습을 한다.
그는 9월1일부터 합숙훈련 뒤 중순께 울산 전국체전에 참가한다. 11월부터는 쿠알라룸푸르 아·태경기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한다. “우선 메달을 많이 따려고요. 서울에 실업팀까지 만들고 싶어요.”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