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 회원들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청 사회복지과를 점거해, 국고보조금 횡령 등 혐의로 이사장이 구속된 성람재단의 이사진 전면 교체 등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장애인들 20일간 폭염속 농성하다 경찰에 연행
임원 비리 현저해도 강제해임 못해
왜 저들의 ‘싸움’은 끝나지 않는 것일까? 한해 100억원이 넘는 국가 예산을 받아가는 국내 최대 사회복지법인 성람재단의 이사장이 수십억원의 국고보조금을 떼어먹은 혐의로 지난 6월 구속됐을 때, 싸움은 끝난 듯했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기록적인 폭염 속에 다시 거리로 나서 스무날 가까이 아스팔트 위에서 농성을 벌여왔다. 마침내 11일 서울 종로구청 점거에 들어간 ‘성람재단 비리척결과 사회복지사업법 전면개정을 위한 공동투쟁단’(공투단) 소속 활동가·회원 26명은 경찰에 연행됐다.
비리 저질러도 이사진은 그대로?=조태영 전 성람재단 이사장은 경찰 수사를 받던 중 퇴임하면서 자신의 아들을 이사로, 친구를 이사장 대행으로 취임시켰다. 여전히 그가 재단 운영에 관여할 수 있는 구조다. 공투단의 우선적 요구는 이런 이사진의 해임이다.
그러나 성람재단 감독관청인 종로구청은 “재판에 계류 중인 사건을 놓고 무슨 근거로 11명을 모두 해임하느냐”며 “확정 판결이 나면 조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11일로 예정됐던 조 전 이사장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뚜렷한 이유없이 다음달 1일로 미뤄지는 등 재판이 언제 마무리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공투단은 “검찰 수사에서 조 전 이사장의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구청이 나몰라라 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1996년 에바다 농아원 사태 때, 관할관청인 평택시는 판결이 확정되기 전 이사진을 모두 해임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런 갈등이 빚어지게 된 원인은 근본적으로 부실한 사회복지사업법에 있다. 현행 법은 회계부정이나 현저한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보건복지부장관이 재단 임원의 해임을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강제규정은 아니다. 인권운동사랑방 강성준 활동가는 “국고를 지원받는 사회복지시설은 공공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이사진의 잘못이 드러나면 해임을 강제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지부·서울시·종로구청의 떠넘기기=지난해 보건복지부가 사회복지사업을 광역자치단체에 위임하면서 성람재단의 관리·감독권이 서울시로 넘어갔고, 시가 다시 이 권한을 종로구청에 재위임함에 따라 세 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서울시는 종로구청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는 태도인 반면, 종로구청은 “시설은 경기·강원도에 두고 재단 사무실만 종로구에 있는데 무슨 수로 관리·감독을 할 수 있느냐”며 “최근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에 함께 특별감사를 하자는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공투단과 민주노동당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외부 독립기관이 일상적 시설 관리·감독을 맡도록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올 정기국회에 낼 계획이다. 박학룡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정책국장은 “종로구청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재정비리와 시설 안 인권침해 등을 제대로 감시하려면 관할 자치단체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조혜정 조기원 기자 zesty@hani.co.kr
공투단과 민주노동당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외부 독립기관이 일상적 시설 관리·감독을 맡도록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을 올 정기국회에 낼 계획이다. 박학룡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정책국장은 “종로구청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재정비리와 시설 안 인권침해 등을 제대로 감시하려면 관할 자치단체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조혜정 조기원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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